[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농사를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투수는 최근 7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두산은 23일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홈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서 8대4로 승리했다. 선발 최원준의 3⅓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된게 유일한 아쉬움이었지만, 불펜 투수들의 5⅔이닝 무실점 릴레이 호투와 타선 대폭발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날 SSG에 졌다면 두산은 잔여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자칫 4위 자리까지 내줄 뻔 했다. 일단 마지막 고비는 넘긴 셈이다.
가을야구 진출 확정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전히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다.
24일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 허경민 등 최근 부상 선수들의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다가 외국인 투수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감독은 "참 드릴 말씀이 없다. 1년 내내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시즌을 계속 힘들게 여기까지 끌어온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하루 전날 선발 투수였던 조던 발라조빅의 투구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발라조빅은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하면서 5⅔이닝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홈런 2방을 포함, 결정적인 상황에서 계속 장타를 허용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4위 확정이 임박한 두산이지만 그것보다 3위 LG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맞대결 3경기에서 1승2패에 그친 것이 씁쓸함으로 남았다.
외국인 투수 운영은 라울 알칸타라의 부진부터 꼬였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알칸타라와 150만달러(인센티브 20만달러 포함), 브랜든 와델과 113만달러(인센티브 13만달러 포함)에 재계약하고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계약금 5만·연봉 55만·인센티브 10만달러)를 영입했으나 이중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2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알칸타라가 여러 면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퇴출됐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투수가 발라조빅이었다. 그만큼 에이스급 역할을 해주길 기대 받았던 발라조빅은 초반 리그에 적응하는듯 했으나 최근 7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남겼다.
여기에 브랜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상이 이어지면서 6월 23일 등판을 끝으로 정규 시즌 아웃이 됐다. 대체 선수인 시라카와 케이쇼 역시 부상으로 계약 기간을 다 끝내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현재 두산은 외국인 투수 1명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라모스 대체 타자인 제러드 영이 어느 정도 제 몫은 해주고 있지만, '원투펀치'를 맡아줘야 할 핵심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거나 아예 등판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다행히 강한 불펜으로 버티고 있다. 이승엽 감독도 "중간 투수들이 정말 힘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불펜 투수들이 대단한 일을 해주고 있다. 남은 4경기는 어떻게해서든 버텨야 한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가도 선발 걱정은 계속된다. 곽빈과 최원준, 최승용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 요원들이 있지만 초강력 1선발, 특히 외국인 선발의 부재는 이승엽 감독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