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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6일, 삼성의 역사가 바뀌는 날이었다...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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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024년 4월6일. 삼성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규시즌 2위를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 얼마나 기뻤으면 우승한 것도 아니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팀이 기념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홈팬들 앞에서 세리머니까지 했을까.

삼성에는 우승만큼 기쁜 결과일 수 있다. 올시즌 하위권 후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베테랑 불펜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에게만 88억원을 썼는데 그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의문 부호도 붙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정규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했고, 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2위 자리를 차지했으니 감격스러울만 하다.

우승 후보라는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와 달리 뭔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개막을 맞이했다. 그런데 수원 원정 개막 2연전에서 KT를 연파했다. 타이밍 좋게 팀 응원가 '엘도라도'까지 부활시키며 떠났던 삼성팬들을 대거 결집시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충격의 8연패가 이어졌다.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개막 2연전에서 '우승 가보자'라고 외치던 팬. 절망에 빠졌다. '역시 삼성 야구는 달라진 게 없다'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9연패에 빠질 위기였던 4월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박진만 감독은 충격 요법을 줬다.

하루라도 빨리 연패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팀 주축인 오재일과 강민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버렸다. 김재성을 4번으로, 하위 타순에만 배치하던 김영웅을 5번으로 올리고 김재혁, 안주형, 이병헌, 김호진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선발 투입했다.

감독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했다. 박 감독은 당시 KIA전을 앞두고 하루 전 처음 선발 기회를 준 고졸 6라운드 신인 김호진을 예로 들며 "어린 선수답지 않게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더라. 그런 모습을 통해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박 감독의 도박이 '대성공'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KIA를 7대4로 잡은 것. 9회 대타 김헌곤의 극적 결승타로 이겼다. 이 승리로 삼성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코칭스태프 대규모 물갈이 등 아픈 시기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쳤다.

그 때부터 박 감독은 연패 기간 갈팡질팡 하던 선발 라인업을 정착시키기 시작했다. 어깨 부상으로 빠졌던 이재현 대신 유격수로 투입했던 김영웅의 가능성을 보고 붙박이 3루수로 만들었다. 늘 성실하게, 묵묵하게 준비했던 이성규를 주전 외야수로 만들며 21홈런 타자로 변신시켰다. 대타로만 나오던 김헌곤도 이날 결승타 후 사실상 주전급 선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병헌의 존재감을 키워주며, 강민호의 체력을 세이브해준 것도 신의 한수였다. 오재일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병호도 2위 확정에 일조했다. 윤정빈이라는 가능성 넘치는 대타 자원도 발굴했다. 그렇게 팀이 강해지고, 탄탄해졌다.

다른 사람이 보면 '9연패 하려고 작정한거야?'라고 할 만큼의 파격적이었던 박 감독의 선택. 그 결단이 올시즌 삼성야구를 살렸다.

감독이란 이렇게 승부수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큰 보상을 받기도 하고, 책임을 지기도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