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3일(한국시각)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90분 동안 광기로 가득했다.
지난 2년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트로피를 두고 치열하게 다툰 맨시티와 아스널이 2024~2025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최근 라이벌 의식을 대변하듯 다양한 스토리, 풍부한 볼거리를 양산했다. 중립팬 입장에선 '팝콘 매치'였을 테고, 양팀 팬들은 속이 타는 그런 경기였을 것 같다.
경기 시작 9분만에 경기장이 시끌시끌해졌다. 사비뉴가 환상적인 탈압박 이후 상대 문전 방향으로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침투패스를 찔렀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교묘하게 뚫고 공을 잡은 엘링 홀란은 침착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갈랐다. 홀란은 5경기만에 시즌 10호골을 쐈다. EPL 역사상 최단경기 10골 기록을 작성했다.
전반 22분 아스널이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의 환상 중거리포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공격에 가담한 칼라피오리가 골문 우측 구석을 찌르는 왼발 슛으로 에데르송을 뚫어냈다. 지난여름 아스널에 합류한 이탈리아 국대 수비수는 맨시티전에서 자신의 데뷔골을 넣었다.
맨시티는 즉각 득점 과정을 문제삼았다. 이날 경기를 관장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이 맨시티의 파울 상황을 지적하기 위해 맨시티 풀백 카일 워커를 하프라인 근처까지 불러세웠는데, 워커가 미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아스널이 빠르게 프리킥을 전개했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워커 포지션인 좌측 진영에서 공을 잡은 뒤 뒤따라오던 칼라피오리에게 패스를 연결, 동점골을 만들었다.
실점 직후 벤치를 강하게 걷어차며 분노를 표출한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나는 워커에게 짜증이 났지만, 워커가 한 말이 옳다. 심판은 워커에게 자기 앞으로 오라고 했다"며 "이제부턴 심판이 '이리 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면, 심판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맨시티는 동점골 실점 1분 전 아스널의 집중공략 대상인 핵심 미드필더 로드리가 무릎쪽 부상으로 마테오 코바시치와 교체됐다.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로드리는 강한 선수"라면서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에 교체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란의 선제골과 논란의 동점골은 서막에 불과했다. 전반 추가시간 1분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강한 헤더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토트넘과 북런던더비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은 가브리엘은 다시 한번 '공중의 제왕'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아스널은 역전골을 넣은지 7분만인 추가시간 8분, 한 명이 퇴장당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공격수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베르나르두 실바를 몸으로 민 뒤 공을 걷어차는 행동으로 경고를 받았다. 전반 34분 첫번째 경고를 받은 트로사르는 결국 누적경고로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숫적 우위를 점한 맨시티는 후반 9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일방적인 반코트 게임을 펼쳤다. 하지만 홀란, 필 포든, 워커, 루벤 디아스 등의 슛은 아스널 수문장 다비드 라야의 선방에 막혔다. 라야는 총 9개의 슛을 막아내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라야는 후반 추가시간 8분, 코바시치의 왼발 슛도 집중력있게 쳐냈다. 하지만 흘러나온 공을 존 스톤스가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아스널 수비진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통한의 동점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스톤스는 최근 EPL 3골을 아스널(2골), 리버풀을 상대로 넣는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홀란은 극적인 득점이 터진 직후 골문 안에 있던 공을 꺼내 든 후 가브리엘의 뒤통수를 향해 던지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포착했다. 일부팬은 비신사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아쉬움 가득한 2대2 무승부 경기를 마치고 10명으로 끝까지 싸운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스널이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4연패 중인 '1강' 맨시티에 대적할 팀이라는 걸 증명했다. 반면 맨시티 미드필더 실바는 "한 팀만이 경기를 했다"며 아스널의 수비 축구를 질타했다.
5연속 무패를 달린 맨시티는 승점 13점으로 선두를 재탈환했다. 아스널은 승점 11점으로 리버풀, 애스턴빌라(이상 12점)에 이어 4위에 위치했다. EPL 우승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