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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이변' 외인 없는 불사조 상무, 스타군단 한국전력 격침...프로의 굴욕 [통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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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굴욕과 이변.

이 두 단어로 설명이 될 경기 아니었을까.

'불사조' 국군체육부대(상무)가 대어를 낚았다.

상무는 22일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대1(32-34, 25-23, 25-22, 25-17)로 격침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프로 컵대회에 초청을 받은 상무. 물론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고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를 제외하면 각 팀에서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이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다. 전력상 열세일 게 뻔했다. 하지만 공은 둥글었다. 완벽한 조직 배구로 신영석, 서재덕, 임성진 등 스타들이 즐비한 한국전력을 무너뜨렸다.

상무 박삼용 감독은 경기 전 "작년 대회에는 초청을 받지 못해 서운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할 거라 본다"고 말하며 "처음엔 전력으로 싸우겠지만, 상황을 보고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박 감독 스스로도 열세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한국전력도 불안 요소가 많았다. 하승우의 입대와 김광국의 은퇴로 세터를 아시아쿼터 야마토로 채웠다. 외국인 공격수도 엘리안으로 교체했다. 리베로 포지션 역시 김건희, 이지석 젊은 선수들로 바꿨다. 권영민 감독은 "야마토가 임성진과 호흡을 얼마 맞추지 못한 점, 엘리안이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이 처음이라 실수가 나올 수 있는 점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1세트부터 이변 조짐이 보였다. 상무가 황택의의 현란한 토스를 기반으로 한 '팔색' 공격으로 한국전력을 흔들었다. 임재영, 홍동선, 최은석 삼각편대의 위력이 엄청났다. 반대로 한국전력은 엘리아 공격 의존도가 너무 심했다.

1세트 초박빙 승부. 엄청난 듀스 접전이 벌어졌다. 그래도 한국전력이 프로 자존심을 지켰다. 임성진의 결정적 블로킹이 나오며 34-32로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상무의 1세트는 결코 운이 아니었다. 2세트에도 끈질긴 수비와 탄탄한 조직 배구로 당차게 맞섰다. 24-23 상황서 나온 임재영의 결정적 서브에이스로 2세트를 가져오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상무는 기가 살았고, 한국전력은 더 흔들렸다. 3세트 역시 경기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엘리안이 힘을 내면 한국전력이 따라가는 듯 했지만, 상무가 안정적으로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고비 때마다 임재영이 중요한 득점을 해주며 3세트도 25-22로 가져와버렸다.

그 분위기는 4세트까지 이어졌다. 세트 중반 한국전력 선수들의 어처구니 없는 범실에, 황택의의 2연속 서브에이스까지 터지는 등 점수차가 17-7까지 벌어졌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한 듯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반대로 기가 산 상무는 엄청난 집중력의 수비로 현장을 찾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권 감독은 4세트 중반 주전 선수들을 빼며 수건을 던졌다.

상무는 임재영 23득점, 홍동선 16득점, 최은석 13득점 등 전 선수가 고르게 활약했다. 한국전력은 엘리안이 홀로 30득점을 몰아치며 분투했지만, 경기 결과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통영=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