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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아이유, 10만 관객과 '바이 서머'…상암서 활짝 연 '가을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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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가을 아침/ 내게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 가을 아침 / 내게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아이유가 전주 없이 '가을 아침'을 부르자, 이전까지도 소리 지르거나 떼창하던 관객들도 아이유 목소리 집중하기 위해 숨 죽여 들었다. 지겨운 무더위 지나고 초가을 밤, 예상못한 쌀쌀함에도 상암은 뜨겁게 달궈졌다. 가수 아이유가 2024년 가을의 포문을 10만 관객과 함께 연 것이다.

아이유는 9월 21~22일 서울 마포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더 위닝(이하 '더 위닝')을 열고, 양일간 10만 관중과 만났다. 이번 콘서트 '더 위닝'은 아이유가 '승리를 위해 달려온 여정의 마지막 챕터'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시작한 콘서트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가 아시아, 유럽, 미주지역 포함 18개 도시를 돌고, 다시 서울 상암에서 팬들과 만나는 앙코르 콘서트인 셈이다. 월드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상암 입성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여성 솔로 가수가 서울 마포 상암에 있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아이유가 처음이다. 팬덤이 탄탄한 인기 남자 가수들과 다르게, 여자 가수가 홀로 대규모 공연장인 상암을 꽉 채우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연 가수는 서태지, 싸이, 빅뱅, 지드래곤, 세븐틴, 임영웅 등 단 여섯 팀의 가수 뿐이었다.

이처럼 역대급 피날레가 예고된 만큼, 예매부터 열띤 분위기였다. 선예매 당일과 다음 날까지 글로벌 포털사이트인 구글에서는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 '아이유'의 검색량이 평소보다 100% 증가하고, '아이유 콘서트'라는 단어는 검색량이 400%까지 폭증하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일반 예매 역시 저녁 7시 32분부터 검색 관심도 그래프가 급상승했으며 7시 57분에는 최고치 100을 찍었다.

이러한 관심은 공연 당일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양일 모두 오후 7시에 공연이 시작됐지만, 공연장은 한낮부터 아이유를 보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더 놀라운 점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관객들부터, 흰머리가 지긋한 어르신 관객들까지, 연령 초월, 성별 초월한 이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유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아이유의 무대는 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아이유는 히트곡 '홀씨'로 문을 열고, '삐삐', '셀러브리티', '코인', '관객이 될게', '에잇', '밤편지', '스물셋' 등을 들려줬다.

여기에 이날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무대는 팬들의 환호를 더 샀다. 이전 서울 공연에서는 보여준 적 없었던 '라일락', 긴 월드투어를 돌면서 만든 미발매곡 '바이 서머', 14년 전 발표한 '라스트 판타지' 등 무대는 마치 '상암 입성'이라는 이날의 기록을 더 찬란하게 하기 위한 '킥'처럼 준비한 것처럼 느껴졌다.

팬들의 요청으로 세트리스트에 추가했다는 '라일락' 무대는 팬들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아이유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었고, '바이 서머'는 여름의 끝자락을 이별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아이유는 '바이 서머'를 부르면서 직접 일렉기타를 연주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통기타로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던 소녀가 찌릿찌릿한 사운드의 일렉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아이유의 16년 성장세를 반증하는 이색적인 풍광이었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올해 유난히도 길었던 여름과의 이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아이유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여름을 보내며 '바이 서머'라는 곡을 들려드렸다"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이어진 '너랑 나'는 아이유의 데뷔 16주년을 눈부시게 경축하는 무대로, 팬들의 함성을 키웠다. '너랑 나'는 아이유가 10대 마지막에 부른 곡으로, 지금의 아이유가 여성 솔로 톱으로 위치하는데 큰 영향을 준 곡이다. 더욱이 최근 데뷔 16주년을 맞았기에 아이유 역시 남다른 감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는 "16살에 데뷔했는데, 이제 가수 아이유로 산 시간이 인생의 반을 차지한다. 사람 이지은과 가수 아이유가 딱 절반씩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곗바늘아 더 달려봐"라는 노랫말처럼 '너랑 나'로 아이유와 관객들은 그 시절 추억을 반추, 그 시절을 돌이키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쇼퍼'도 감동의 무대로 통했다. '쇼퍼'는 아이유가 2년 전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에서 감명 받은 느낌으로 쓴 곡이다. 이 곡을 상암에서 들려주면서, 2년 전 대규모 야외 공연장의 분위기를 재현한 듯하다. 아이유도 "잠실 주경기장에서 감동 받아서 쓴 곡을 상암에서 실현해 영광이다"라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무대 곳곳을 활용한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하루 5만명이라는 대규모 관중이 들어서기에 모든 관객의 시야를 만족시킬 수 없다. 더군다나 당초 티켓 예매 당시 좌석표가 공개됐을 때, 큰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무빙 스테이지가 없어서 아쉬움을 샀던 바다. 그러나 아이유는 리프트를 타고 날라 횡단하면서, 곳곳에 있는 팬들과 눈맞춤을 했다. 2~3층에 있거나 무대와 멀리 있는 관객들도 서운해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관객이 될게' 무대 중 "그저 넌 너답게 웃어줘 날아줘"라는 구간을 부르고 날아가는 연출은 진풍경으로 꼽힌다.

VCR 하나도 면밀하게 준비한 아이유였다. 아이가 나오는 VCR에서는 실제 아이가 돌출 무대에 등장하는가 하면, 꿈을 말하는 전세계 아이들을 '홀씨'로 표현한 VCR도 감동을 줬다.

또 야외 공연장이라는 점도 '가을 밤' 분위기를 더 무르익게 했다. 물론 야외 공연장이라 사운드에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아이유는 더더욱 스피커와 음향 등 기술에 힘을 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면서도 큰 스피커들이 관객들의 시야 방해가 안 되도록 준비한 모양새였다. 아울러 야외 공연에서만 할 수 있는 효과들도 으뜸이었다. 잠실 주경기장에 이어 이번에도 드론쇼를 준비, 각종 문구와 그림으로 아름답게 물들인 상암 밤하늘이 올해 첫 가을 밤을 축하하는 듯했다. 또 주경기장 공연 때와 비슷하면서 다르게 의도한 드론쇼에서 아이유의 영리한 공연 기획력도 엿볼 수 있었다.

아이유의 섬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연 전부터 공연장 인근 주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선물하는 등 깊은 배려심을 자랑했던 아이유는 이날 관객들을 위해서도 망원경, 방석 등을 모두 선물했다. 넓은 경기장 탓에 탁 트인 시야가 어렵기에, 망원경을 관객 한명 한명에게 선물한 듯하다. 또 오랜 시간 좌석에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방석을 준비한 것에도 아이유의 꼼꼼함을 헤아릴 수 있다.

이런 큰 공연을 여성 홀로 채우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유 혼자 오롯이 무대를 채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이유가 이끌어 가는 가을 밤의 시작은 밴드, 합창단, 오케스트라, 댄서들의 지원사격으로 더 풍성해졌다.

특히 최고의 게스트는 관객이라는 것에 끄덕이게 했다. 아이유 콘서트는 당대 최고의 가수들만 게스트로 초대, 게스트 맛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상암 공연에는 게스트 없이 아이유만 무대에 올랐다. 이를 다시 돌려 말하면, 게스트 없이 아이유로만 채워 완성된 공연이라는 것이다. 또 최고의 게스트는 다름 아닌 관객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게스트가 나오는 구간에서 아이유는 공연 준비 과정과 현장 관객들의 모습이 담긴 VCR을 보여줬다. 여기서 관객과 함께 만든 공연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아이유는 "이번 상암 공연이 공교롭게도 100번째 단독공연이더라. 공연 하나 하나 중요하지만, 100번째 공연임을 함께 되새겨준 팬분들의 애정이 뜻깊은 것 같다. 관객분들이 사랑으로 다독여주신 덕분에 투어도 해보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며 인사하며 이번 공연을 마쳤다.

가을은 오곡이 무르익는 계절이다. 아이유의 이번 공연 또한 아이유가 데뷔 16주년 농사의 수확물과 다름없다. 데뷔 16주년을 자축하는 공연이자,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처음 입성하는 상암 공연이자, 100번째 단독 공연이었다.

더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날씨 이슈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첫날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올해 가을은 푸르디푸르고 높은 하늘이 아닌, 그렇다고 귀뚜라미나 풀벌레 소리도 아닌, 또 곱게 물든 단풍도 아니었다. 여름과 이별한 '바이 서머'부터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가을 아침'까지, 이번 가을은 분명 아이유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앞으로도 100번째, 200번째, 300번째, 또 그 뒤에도, 아이유가 몇 번의 계절을 더 뚜렷하게 만들 것인지 기대가 모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