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킥 하나만큼은 자신감이 넘치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누가 봐도 왼발잡이가 차기에 적합한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고도 킥을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PSG는 1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데프랭스에서 열린 지로나와의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일방적으로 상대 골문을 두들기고도 후반 중후반까지 골망을 열지 못했다.
그러던 후반 32분, 절호의 프리킥 찬스가 찾아왔다. 윙어 우스만 뎀벨레가 상대 페널티 박스 인근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왼발잡이가 차기에 유리한 위치였다. 국내에선 '고종수존'으로 유명한 스팟.
하지만 주심이 파울 휘슬을 분 직후, 프리킥 지점으로 걸어와 공을 가져간 선수는 풀백 아치라프 하키미였다. 모로코 국가대표인 하키미는 오른발 잡이.
이강인과 하키미는 지난시즌 2라운드 몽펠리에전에서 프리킥을 누가 찰 건지에 대해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엔 하키미가 고집을 부려 이강인이 결국 양보를 했고, 하키미가 찬 공은 골대를 한참 벗어났다. 하키미는 후반 막판 이강인에게 어시스트를 한 뒤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대략 1년이 지나 이강인과 하키미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강인은 이번엔 '내가 차겠다'고 주장하기보단 잔디 위에 세워진 공 옆에 가만히 서서 킥을 준비하는 하키미를 바라봤다. 하키미의 슛은 이번에도 하늘 높이 떴다.
PSG는 후반 45분 '전 토트넘 골키퍼' 파울로 가자니가의 자책골에 힘입어 1대0 신승을 거뒀다. 경기 후 PSG 일부 팬은 후반 18분에 교체투입해 27분 남짓 맹활약한 이강인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프리킥 상황을 언급했다. '왼발잡이인 이강인이 차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왼발 감아차기 킥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인이 찼더라면, 득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좀 더 골문을 위협할 수 있었을 거라고 팬들은 생각했다. 이강인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와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바 있다.
하지만 하키미도 프리킥이라면 할 말이 많다. 하키미는 지난 8월 이집트와의 2024년 파리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40야드 장거리 프리킥을 꽂아 조국 모로코의 동메달을 이끌었다.
하키미는 2021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가봉전에선 이번 지로나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직접 프리킥 득점에 성공한 적이 있고, 지난해 9월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르 클라시크'에서도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꽂아넣은 적이 있다. 성공률만 따질 때 하키미가 '킥권'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프리킥 위치에 따라 누가 킥을 할 건지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긴 하다. 이강인이 PSG에 입단한 뒤 프리킥 골이 없는 건 킥을 할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