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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더 커뮤니티' 제작진 "만들면서 노심초사했는데…작품상 수상,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네"(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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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단순 오락을 넘어섰다. 사회적 이슈나 복잡한 인간 관계에 접근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가 재미는 물론, 사회적 메시지까지 던졌다.

'더 커뮤니티'에는 인기 스타 한 명도 없이, 비교적 인지도 낮은 이들이 출연한다. 정치 서바이벌 사회 실험이라는 점에서, 얼핏 보면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나 다룰 법한 주제 같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 예능으로 충분히 호평을 이끈 이유, 서바이벌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찬사가 이어진 이유. 이를 보면 한결 같다. 고작 출연자 13명으로 '사회 축소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13명이 의견을 조율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고, 규칙을 만들고, 또 이것들을 어떻게 지키는지 보면, '우리네 사회'와 다름 없다. 작은 집단임에도 권력 관계가 나타났고, 협력 속에도 인간의 본성으로 갈등이 일어났다. 모든 측면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는 없지만, 사회의 미시적 양상이 파악돼 그 묘한 기시감에서 헤어날 수 없다. 여기에 사회적인 요소를 접목한 인문학 지식 기반의 게임과 커뮤니티 시스템은, 두뇌 게임이 주였던 기존 서바이벌과 확실히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많은 이가 '더 커뮤니티'에 호응하는 까닭이다. 지난 7월 19일 열린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커뮤니티'는 이날 예능 부문 최우수콘텐츠 작품상을 수상했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경쟁이 쟁쟁했지만, '더 커뮤니티' 팀이 작품상 트로피를 당당히 들어 올린 것이다.

'더 커뮤니티'를 연출한 권성민 PD와 임창혁 웨이브 콘텐츠비즈팀 CP가 그날의 영광을 돌이키며, 프로그램 메시지와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었다. 먼저 수상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임 CP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웃은 반면, 권 PD는 "다른 수상 후보도 훌륭해서 예상 못 했다. 기대를 하고 있었으면 신났을 텐데, 저희 프로그램이 불렸다. '뭐라고 얘기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올라가서 기뻐할 여력이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권 PD의 수상 소감이 전파를 타자,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권성민 PD 성별'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생긴 것이다. 권 PD가 긴 머리에 조근조근한 목소리라, 통상적인 사회적 남성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에서 이같은 연관 검색어가 붙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성 고정관념과 젠더 이슈를 다루는 '더 커뮤니티'와 궤를 같이 해, 권 PD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권 PD는 이러한 이야기에 웃으며 "제가 머리도 길고, 말투도 보통 일반적인 남자들과 다르다고 느끼신 것 같다. 그렇다고 제 목소리가 낮은 것도 아니라, 헷갈리신 것으로 생각된다. 연관 검색어 올라온 것 보고 재밌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러한 권 PD의 철학이 '더 커뮤니티' 연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도 함께 고백했다.

"프로그램 안에서 '사상검증'을 해서 탈락시키는 구조가 있지만, 사실 시청자들도 출연자들도 사상에 대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러면 각자 성향에 따라 보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논쟁적인 프로그램이 나오면, '시청자가 가장 사상검증하고 싶은 사람은 나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검색하면, 저는 사회적 문제에 입장을 드러내거나 활동을 했던 PD라, PD의 생각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보기 더 용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제 생각과 다른 생각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균형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서로 되게 다른 이야기를 골고루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 목적이었기에, 편안하게 속할 수 있는 집단이나 생각들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더라. 젠더도 그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른바 남성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과 동떨어진 것들도 있고, 한눈에 규정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 그 사람에 대해 라벨링 하지 않고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신경 써서 보는 것 같다. 규정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질 수록 자세히 볼 수 있는 것 같더라."

사람과 사회의 다면적인 모습을 그리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지만, 사실 초반에는 '사상검증'이라는 다소 센 프로그램 제목이나, 짧은 시간 내 보여줘야 하는 예고편 등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권 PD는 "워낙 예민한 사안을 다루는 프로그램이고, 저도 연출자로 가진 사회 정치적인 생각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프로그램에 강하게 반영되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람들의 의견 속에서 한 쪽으로 치우 지지 않으려, 의견을 조율하고 교집하는 과정을 함께 그리려 했다. 그런데 예고편이나 사전에 공개된 내용으로는 이것을 다 알 수 없고, 미디어 시장의 경향이 그런 논쟁적인 사안들을 깊이 고찰하기 보다는, 노이즈를 최대한 뽑아 먹는다. 그리고 그게 또 잘 먹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당시 여론에서도 이런 가치관의 문제를 가지고 논쟁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더라. 처음에 우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막상 본편이 공개된 이후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깊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방영 기간보다 종영 이후에 더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하는가 하면, 오랜 기간 신규유료가입견인 1위도 차지한 바다. 임 CP는 "방영 중에는 압도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종영하기 일주일 전부터 소문이 나면서 반응이 올라오더라. OTT 플랫폼 특성상 원래는 방영이 끝나면 화제가 금방 죽는데 '더 커뮤니티'는 지금도 꾸준하게 순위권에 있다. 길게 살아있고 생명력이 긴 콘텐츠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더 커뮤니티' 인기 요인에 대해 권 PD는 "만들면서 노심초사 많이 했다. 저희가 아무리 조심해도 모든 주제에 해박한 건 아니니까, 어떤 지점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고 긴장했다. 근데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호응이 있었다. 지금도 새롭게 유입하는 분들이 있다. 보통 OTT 콘텐츠는 런칭할 때 가장 기세를 바짝 모으는데, '더 커뮤니티'는 지금 보시는 분들이 더 많다. 반응을 살펴 봤을 때도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사실 이런 얘기는 시끄럽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 지레짐작하고 건드리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미디어도 그렇고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하니, 기준을 낮게 잡았던 것 같다"고 평했다.

임 CP 또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다고. "저희도 희망했던 류의 콘텐츠였다. 사회 현상에 관심도 있었다. 비슷한 장르들이 주로 많은데, 진부하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했다. 사실 세상과 삐딱한 콘텐츠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웨이브에서는 그런 걸 많이 했다. 동성애자도 있고, 타투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더 커뮤니티'를 만났다. 시작 전에도 '이게 안 되면 대한민국에 될 콘텐츠가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사회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건전하고 의미 있게 얘기 나눠보는 것에 다들 관심이 있지만, 극단적인 쪽에서는 관심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 우리가 한 번은 삐딱하게 봐야 될 것들, 남들이 볼 때도 '너희 왜 이렇게 삐딱해?'라는 것을 계속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이번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 작품상 수상의 의미를 짚었다. 권 PD는 "제가 제작자긴 하지만, 그 이전에 콘텐츠를 보아 왔던 소비자다. 사실 대중적 성공과 인기를 얻은 작품과 제가 마음 속으로 응원한 작품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것이 늘어나면서 '내 감각이 주류와 먼가?'라며 스스로 고민했다. 연출하는 사람이니 내적인 고민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지표를 만들고, 청룡에서도 인정해주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성적을 가진 상업적 콘텐츠의 순기능과 미덕이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가 좋은 결과를 받았을 때 시장에 좋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특히 그동안 받았던 진심 어린 인사들이 큰 의미였다. '더 커뮤니티'를 진심으로 재밌게 보시고, 다른 분들에게도 열성적으로 '더 커뮤니티'를 봐달라고 영업해주시는 취향 공동체가 많더라. 연출자로 낙담하지 않고 기운 내서 해볼 수 있겠다"며 웃었다.

임 CP도 "웨이브에서도 여러 도전을 했는데, 비주류 콘텐츠를 특히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어떤 것을 어떻게 골라서 어떻게 노출시키냐도 고민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비주류라도 의미 있는 것들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을 청룡 수상으로 제공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정말 이거보다 더한 게 있을까 싶다. 결실 같은 결실을 맺게 돼서 좋고, 다른 목표가 생길 수 있게 됐다. 한 챕터의 끝이라면, 다음 챕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