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이스 아라에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컨택트 히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지난해 포스팅 절차를 밟을 때 아라에즈와 줄곧 비교됐던 게 바로 컨택트 능력인데, 이 부문서 최고의 타자가 아라에즈다.
이정후는 잠재력을 뿜어내기도 전인 지난 5월 외야 수비를 하다 어깨를 다쳐 시즌을 접었다. 내년 이후 아라에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아라에즈의 컨택트 능력을 상징하는 기록이 바로 삼진율이다. 13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아라에즈의 타석 대비 삼진 비율은 4.2%(616타석 26삼진)로 규정타석을 넘긴 전체 타자 134명 가운데 가장 낮다. 삼진을 잡기 가장 까다로운 타자라는 뜻이다. 이 부문 2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외야수 스티븐 콴의 삼진율(9.4%)에 절반도 안 된다.
지난 5월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 이후만 따지면 3.2%다. 그의 이 수치는 2년 연속 타격왕에 올랐던 2022년(7.1%)과 2023년(5.5%)보다 더 낮다. 정교한 아라에즈의 선구안이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 아라에즈의 타격을 보면 삼진 당한 게 언제인 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아라에즈가 가장 최근 삼진을 당한 것은 지난달 11일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서다. 공교롭게도 친정을 상대로 당한 것이다. 당시 아라에즈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우완 로데리 무뇨즈의 7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86.5마일 슬라이더에 배트를 헛돌렸다. 그 뒤로 지난 1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까지 27경기 동안 한 번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124타석 연속 '무(無)삼진' 행진이다.
아라에즈는 이 기간 445개의 공을 맞아 한 번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니 자연스럽게 타격 1위로 올라서게 됐다. 8월 11일 0.302였던 타율은 0.317로 상승했다. 내셔널리그 타격 1위다.
아라에즈는 삼진을 당하지 않는데 대해 최근 "모든 타자들이 삼진을 싫어한다. 특히 내가 그렇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라에즈의 현재 기록은 1961년 메이저리그 구단 확대기(expansion)가 시작된 이후 연속 타석 무삼진 부문서 '톱5'에 들 정도는 아니다. MLB.com에 따르면 1976년 필라델피아 펠리스 데이브 캐시가 223타석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지 않아 이 부문 1위다. 이어 196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넬리 폭스(185), 1972년 LA 다저스 빌 버크너(184), 1979~1980년 필라델피아 그렉 그로스(173), 1995년 샌디에이고 토니 그윈(170) 순이다.
그러나 아라에즈의 기록이 돋보이는 건 최근 메이저리그 트렌드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는 투수들 사이에 탈삼진 트렌드가 붐이 일기 시작해 올시즌에는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MLB.com은 '아라에즈의 삼진에 대한 혐오는 MLB 사상 어느 시점에서도 역사적인 행진에 힘을 불어넣어준다'면서 '하지만 아라에즈의 연속 타석 무삼진 기록은 투수들의 공이 공략하기 가장 까다롭고 탈삼진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올시즌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그는 특별하다. 그를 삼진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