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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의 無비하인드] "넷플릭스라는 이유로 배제?"…BIFF 첫 OTT 개막작 '전,란'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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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극장과 안방의 경계는 머나먼 옛말이 됐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마저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파격 행보로 영화계의 이목을 끌었다.

내달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를 개막하기 전 지난 3일 열린 개최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를 빛낼 주요작과 관전 포인트를 발표하며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올해 부산영화제는 그해 영화제 분위기 전반을 대변하는 영화제의 간판이자 포문을 여는 시작점인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을 선택해 발표하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전투와 액션으로 가득한 장대한 서사극으로, 신분은 천하지만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천영 역으로 강동원이, 천영을 몸종으로 들이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무과 급제 후 선조의 호위를 맡게 되는 종려 역의 박정민이 투톱 호흡을 맞췄다. 이밖에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쟁쟁한 신 스틸러가 총출동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심야의 FM'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란'은 한국을 대표하는 월클 감독인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또 신철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란'은 부산영화제 개막식인 2일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된 이후 곧바로 11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전,란'을 올해 첫 얼굴로 선택한 파격 행보를 보인 부산영화제의 의도는 확실했다. 역대 최고 화제성, 최고 이슈를 모으기 위한 선택 중 하나. 부산영화제는 초청작 대부분 아시아의 숨겨진 중·저예산 영화에 집중해 왔다. 화려한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블록버스터보다 아시아가 주목하는 유망 감독들의 신작을 주로 소개해 왔다. 부탄 영화 '바라: 축복'(키엔체 노르부 감독), 인도 영화 '주바안'(모제즈 싱 감독),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하디 모하게흐 감독) 등 부산영화제 개막작을 통해 알려진 아시아 영화다. 다만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씨네필 관객에게 숨겨진 보석을 찾는 기회가 됐지만 남녀노소 다양한 대중 관객을 사로잡기엔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부산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의 충격적인 성 추문 사건을 비롯해 집행위원장 및 이사장의 사의, 예산 축소 등 상당한 내홍이 있었다. 지난 2014년 열린 제19회 부산영화제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상호·안해룡 감독) 상영을 둘러싼 부산시 외압 의혹으로 영화제 전체가 흔들렸던 그때만큼 지난해 부산영화제의 내홍은 큰 위기의 파도였다. 여러 잡음으로 부산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싸늘해진 가운데 올해는 특히 변화와 쇄신을 주제로 등 돌린 민심을 되찾아야 했던 중요한 시점이었고 고민 끝에 눈에 들어온 작품이 '전,란'이었다.

'전,란'으로 29년 영화제 역사상 최초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하게 된 부산영화제의 결단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크린에서 OTT 플랫폼으로 쏠린 대중의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뼈아픈 영화계 현실이기도 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하 박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부산영화제 개막작 선정에 대한) 고민한 대목은 없다. 최근 부산영화제는 초청작을 선정하는 데 있어 작품 자체를 보려고 한다. '전,란'도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감안해 선정한 작품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OTT 작품을 온 스크린 섹션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지 않나? 온 스크린 섹션을 만든 이유도 영화 역시 OTT의 한 장르라고 생각해서 만든 섹션이다. 앞으로도 부산영화제는 OTT 플랫폼 작품이라고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란'이 가져올 대중적 관심에도 초점을 맞췄다. 박 집행위원장은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제작과 각본에 참여한 작품이다. 뛰어난 실력의 영화인이 참여한 매력적인 사극이다. 호화로운 캐스팅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부산영화제의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 적합해 선정하게 됐다"며 "'전,란'은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전,란'을 향해 '이 작품 괜찮다'고 평가해 선정하게 됐다"고 자신했다. '관객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한 대목처럼 올해 부산영화제는 확실히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란'을 발굴한 정한석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 역시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최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세련되고 힘 있는 사극 대작"이라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물론 넷플릭스에도 기회라면 기회일 수 있다. '전,란'을 공개하기 전 부산영화제를 통해 공개해 화제성을 최대로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시리즈에 비해 저품질 영화 콘텐츠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면서 여러모로 체면을 구겨왔는데, 박찬욱 감독의 명성과 강동원, 박정민 스타성을 등에 업은 '전,란'이 부산영화제 개막식으로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았으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체면치레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사례는 '전,란'을 포함해 전 세계 단 9편·11회이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개·폐막작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2022년 열린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당시 '화이트 노이즈'(노아 바움백 감독)가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때였고 이듬해였던 제8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 외에 여전히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는바, 특히 칸국제영화제는 프랑스 영화계의 날 선 반발로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영화를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란'이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영화제 화려한 개막을 담당하게 됐으니 넷플릭스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넷플릭스 측은 스포츠조선을 통해 "전, 란'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 축제인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될 '전,란'이 전 세계에서 한데 모일 많은 영화 팬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