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선발은 잘못이 없다.
LG 트윈스가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선발이었다. 대신 최강 불펜과 타격을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LG 야구를 대표할 수 있는 경기는 한국시리즈 2차전이었다. 선발 최원태가 1회에 강판되는 최대 위기 상황에서 LG는 이정용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 고우석 등 7명의 필승조를 투입해 KT 타선에 무실점으로 막고 8회말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5대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2연패를 다짐하며 선발야구가 잘되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기대대로 선발야구가 이뤄졌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올시즌 LG 선발진은 탄탄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국인 투수가 케이시 켈리에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로 바뀌긴 했지만 외국인 투수 2명과 임찬규 최원태 손주영 등 국내 투수 3명은 견고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퀄리티스타트 1위다. LG는 131경기서 5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키움 히어로즈(53번)에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51번), NC 다이노스(50번),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이상 45번)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디트릭 엔스가 13번, 켈리가 11번, 손주영과 임찬규가 10번, 최원태가 9번, 에르난데스가 1번을 기록했다.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던졌다는 점이 더 긍정적이다.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좋다. 전체 4.24로 1위 KIA(4.14)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선발 투수들의 이닝수도 694이닝으로 전체 1위.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다.
8월 이후에도 이들의 활약은 좋다. 퀄리티 스타트 13번으로 키움의 15번에 이어 2위이고 평균자책점은 3.82로 1위에 올라있다. 이닝수 역시 174⅓로 1위. 사실상 10개구단 중 선발진이 가장 안정적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선발이 잘던지는데 결과는 좋지 않다. 8월에 11승13패, 9월에 3승4패로 14승17패에 그친다. 전체 6위의 성적.
선발이 잘 끌어준 것에 비해 뒷심이 약했다. 8월 이후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5.78로 7위에 그쳤다.
1위 싸움을 했던 삼성이 이 기간에 3.61로 1위, KIA가 3.98로 2위인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믿었던 타격 역시 끝까지 올라오지 않고 있다.
LG의 올시즌 팀타율은 2할8푼2리로 3할을 기록하고 있는 KIA에 이어 전체 2위다. 그러나 이길 때와 질 때의 편차가 크다. 많은 득점을 하면서 타격 성적이 좋긴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는 끝내 터지지 않아 패하는 경우가 많다. 8일 한화전서 14대3의 대승을 거두고 10일 롯데전서 1대2로 역전패한 것이 LG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8월 이후 LG의 팀타율은 2할8푼3리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LG보다 잘치는 팀들이 더 많아 전체 6위에 그친다. KIA가 3할7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적인 도루도 올시즌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성공률을 높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현재 163개의 도루로 두산(167개)에 이어 2위인 LG는 도루실패가 무러 78번이나 된다. 성공률이 67.6%로 전체 9위에 그쳐 1위인 키움의 81.7%(58번 성공 13번 실패)나 3위 두산의 79.1%와 큰 차이를 보인다.
8월 이후엔 도루 성공률이 더 떨어졌다. 22번 성공에 17번 실패로 56.4%에 그친다. 지난해처럼 타격이 좋았을 땐 도루에 실패해도 이겨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0일 롯데전서 1-2로 뒤진 10회말 선두 박동원이 안타를 쳐 기회를 만들었으나 이영빈이 삼진을 당한 뒤 박해민 타석 때 대주자 최승민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아웃되면서 분위기가 떨어지고 말았다. 박해민이 볼넷을 골랐으나 구본혁이 초구에 2루수 플라이로 잡히며 경기 끝.
지난해와 반대가 된 상황. 선발이 잘해주니 믿었던 불펜과 타격이 고민이 됐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결과는 3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