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7대0. 5대0.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가뿐한 2연승, 12득점 무실점.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클래스, 월드컵 8강급 실력. 우리나라 축구가 꿈꾸던 이야기가 아닌가. 일본이 지금 다 하고 있다.
일본은 11일(한국시각) 바레인 리파의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2차전에서 바레인을 5대0으로 완파했다. 지난 5일 홈 사이타마에서 진행한 1차전 중국전은 7대0으로 이겼다. 완전한 탈아시아급 파괴력을 선보이며 화력시범을 실시 중이다.
팔레스타인 오만 등 한 수 아래 팀을 만나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두고 극장골이나 다름없는 득점 덕에 신승을 따낸 우리나라와 정반대 분위기다. 아시아 최강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피부로 느껴진다.
일본은 월드컵 예선 기준 아시아를 상대로 한 최근 5경기에서 무려 25득점 무실점이다.
3차 예선에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조에 편성되며 가시밭길이 예상됐지만 이를 비웃는 행보다. 오히려 강호들을 피했다고 쾌재를 부른 우리나라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본은 3차 예선 1, 2차전에서 9명이 골을 넣었다. 그만큼 공격 루트가 다양하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전에는 미나미노 타쿠미가 2골을 뽑고 쿠보 타케후사, 이토 준야, 미토마 카오루, 엔도 완타루, 마에다 다이젠이 골맛을 봤다. 바레인전은 우에다 아야세와 모리타 히데마사가 각각 2골, 오가와 코키도 1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빅리그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들이 침묵하거나 기복을 노출하면 경기가 크게 힘들어진다.
당장 팔레스타인전만 해도 손흥민이 결정적인 찬스 2개를 날리자 이것이 승부와 직결됐다. 졸전 끝에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손흥민이 날아다닌 오만전은 3대1로 이겼다.
약체 팀에 그 어떤 틈도 내주지 않는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수비 조직도 아쉽다.
한국은 특히 아시안컵부터 문제로 지적된 3선 과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고민이 크다. 중원 싸움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면서 최후방 라인이 상대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벗겨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박용우를 같은 위치에 재신임했지만 오만전도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도 가지 못할 확률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6개국이 풀리그를 펼치는 3차 예선에서 2위만 해도 월드컵에 직행하며 3~4위도 4차 예선(플레이오프) 기회가 있다. 4차 예선도 6팀이 경쟁하며 여기서 2위까지도 월드컵에 나간다. 3위로 마쳐도 대륙간 플레이오프가 남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가 목표가 아닌만큼 저 멀리 앞서나가는 일본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