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순위는 황준서였지만, 최고 신인은 김택연.
모든 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특히 야구라는 종목은 변수들이 엄청나다. 팀이든, 선수든 그들의 행보가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재밌는 게 팀의 미래를 책임질 신인 선수 지명이다.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가 11일 열린다. 어떤 선수가, 어느 팀의 품에 안길지에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새출발을 알리는 축제에 관심이 쏠리는 건 리그 활성화를 위해 좋은 일. 하지만 그 관심이 지나쳐 선수 지명에 '성공이다, 망했다'를 일찍부터 예단하는 건 위험하다. '신인은 신인일 뿐, 아직 어린 고등학생 선수들'이라는 냉철한 시선이 필요하다.
작년 이맘 때를 돌이켜보자. 장현석(LA 다저스)이라는 거물 유망주가 미국행을 선택하며, 사실상 '황준서 드래프트'였다. 장충고 출신의 좌완 황준서가 사실상 전체 1순위를 따놓은 당상이었다. 실제 한화 이글스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 때만 해도 초고교급, 완성형 좌완, 김광현의 재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당장 프로에 와서 판도를 뒤흔들 선수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유망한 신인 선수에게도 KBO리그 벽은 높았다.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이 없으니, 직구보다 많은 포크볼을 구사하는 등 당차게 싸우지 못했다. 구속도 고교 때 만큼 나오지 않았다. 30경기 2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5.37을 기록중이다.
황준서 뿐 아니다. 매년 상위 지명 선수라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2023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한화 김서현도 신인 시즌 애를 먹었다. 투구폼 수정 등 우여곡절 끝에 양상문 투수코치 부임 후 투구폼 보다 마음껏 던지는 지금의 피칭으로 돌아온 뒤 필승조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도 상위 지명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있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김도영도 3년이 걸렸다"는 말로 현실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고교 무대에서 아무리 난다 해도, 프로의 벽은 높다는 의미였다.
KBSN스포츠 박용택, 윤희상 해설위원 역시 냉정했다.
1라운드 최유력 후보 6명의 선수를 분석하며 "당장 1군에서 뛰기 힘든 수준"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어린 선수들의 기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근거를 갖고 냉정하게 이유를 들었다. 예를 들어 1순위를 다투는 정현우(덕수고)는 변화구 구속이 느리다, 정우주(전주고)는 부상 위험이 있는 투구폼이라고 진단했다. '완성형 선발 자원'이라는 김태형(덕수고)에 대해서는 현 고교 레벨에서는 상대를 소위 말해 '가지고 노는' 수준일 수 있지만, 프로에서는 변화구 장착 없이 성공이 힘들다고 내다봤다.
타자 최대어라는 박준순(덕수고)에 대해 박 위원은 "손목을 저렇게 많이 쓰는 타격으로는 장타 생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장 호평을 받은 선수가 정현우였는데, 아주 잘해야 신인 시즌 5선발이나 롱릴리프 역할을 할 거라 내다봤다.
위에서 언급했던 황준서보다 주목을 받은 신인이 바로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다. 신인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물론 김택연도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지만, 지명 순위가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장점이 있어야 한다. 김택연은 다 필요없고, 알고도 모르는 직구를 갖고 있다. KIA 타이거즈 윤영철의 경우 구속은 140km 초반대를 겨우 던지지만, 프로 선배들을 애먹인다. 완벽한 제구와 로케이션 능력이 있어서다. 이를 잡아내는 구단 스카우트팀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때문에 모든 신인 농사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과연 내년 이맘때, 어떤 선수가 최고의 신인 선수로 우뚝 서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