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 인터뷰를 계기로 논란이 되어 왔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시대에 동떨어지거나 불투명한 관행, 규정 위반이 다수 확인됐다.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중 아무 곳에도 없는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임의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가 하면 국가대표 운영지침에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규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이 '복종' 규정은 2020년 불거진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이후 체육계에서 공식 폐지됐던 규정인데도 배드민턴협회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문체부는 이같은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거나 권고했다. 당연한 조치로 신속한 폐지가 답이다.
문체부는 이른바 '페이백' 의혹이 제기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1억5천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고 이런 물품을 공식 절차도 없이 배부했다. 올해는 1억4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만으로도 보조금관리법 등 관리 규정 위반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협회가 2022∼2024년 후원사와 수의 계약으로 총 26억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점도 법령 위반이라고 간주했다. 또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 등 명목으로 1천600만원이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 보너스가 선수에게까지 잘 전달됐는지도 문체부는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은 해당 (보너스) 계약의 존재를 모르고 있거나 2019년 후원사 변경 후에는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여러 의혹의 실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비단 배드민턴협회 차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인 진종오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센터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배드민턴과 태권도, 사격 등 종목에서 70여건의 체육계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공금 횡령, 인사 부정, 선수 포상금 미지급 문제, 뇌물수수, 성폭력, 승부조작 등 다양한 비리 제보를 소개했다. 대한사격연맹의 경우 최근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협회 직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체육계 전반에 비리나 비상식적인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배드민턴협회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진 뒤 체육계의 전면적인 개혁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번 조사결과는 상식과 공정에 기반한 전면적 쇄신 작업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체육계 내부의 해묵은 부패나 비리 행태가 있다면 발본색원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은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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