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새 감독 체제에서 단 하루 훈련했다. 하지만 전술 탓하는 '자비'없는 축구판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에 돌아온 것은 단 하나다. 선수도, 감독도, 팬들도 웃지 못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첫 여정인 팔레스타인전(0대0 무)의 어두운 그림자다.
첫 중동 원정이다. 겉으로는 밝은 분위기지만 부담은 떨칠 수 없다. '아군'은 없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고 뜯을 기세는 여전하다.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다시 결전이다. 대한민국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경기장에서 오만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10경기 중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난적'인 이라크와 요르단을 포함해 쿠웨이트전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오만전이 중요하다. 10년 만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홍명보 감독의 키워드는 '반전'이다. 변화도 예고됐다. 홍 감독은 "몇 년 동안 같이 한 선수들이 많다. 훈련을 하루 하고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의 전체적인 색깔보다는 그 선수들이 그동안 해오면서 잘 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팔레스타인전 전반에 그런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후반에는 조금 변화를 줬고 그게 잘 이어졌다. (이번에)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집수비'에는 빠른 템포의 공수, 좌우 전환이 필수다. 그 열쇠는 중원에서 쥐고 있다. 그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상대의 수적 우세에 갇힌다. 팔레스타인전에선 정우영(울산)이 매듭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척추 역할을 해야하는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페예노르트)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원톱'에선 선발 출전한 주민규(울산)보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출전한 오세훈(마치다)의 몸놀림이 더 가벼워보였다. 수비라인도 한두 자리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오만 현지는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다. 습도도 높다. 체력이 중요한 변수다. '젊은피'들을 활용해 새 바람을 불어넣는 것도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붙박이 주전이라는 '개념'도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라고 하더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과감하게 교체하는 '뚝심'도 필요하다.
홍 감독을 중심으로 '해보자'는 응집력도 살아나고 있다. 잔디 등 원정 환경도 나쁘지 않다. '야유'도 없다. 울산 HD 시절 홍 감독의 구애를 뿌리치고 떠난 오세훈은 "득점에 대한 자신감도, 책임감도 있다. 다만 승리가 우선이다. 내가 득점 찬스를 잡아도 옆의 동료가 더 좋은 상황이면 줘야 한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있고, 신뢰도 있다"고 밝혔다. 울산 시절 홍 감독의 애제자였던 설영우(즈베즈다)는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는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 감독님은 풀백에 균형을 요구하신다. 공격이든 수비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보단 둘 다 적절히 잘 하는 선수를 선호하신다"며 "울산에 있을 때부터 그에 맞는 축구를 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뭔지 새롭게 파악해서, 잘 적응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