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한국 여자축구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우린 16강에 진출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10년 만에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16강행을 이끈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박수정(울산과학대)이 패기 넘치는 소감을 전했다.
박윤정 감독이 이끄는 여자 U-20 대표팀은 8일(한국시각) 콜롬비아 보고타 메트로폴리타노 데 테초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콜롬비아 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조 1위'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전반 22분 박수정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었다. 전세계 24개국이 4개국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12팀)와 조 3위 6개국 중 상위 4개국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 '1무1패' 무승으로 벼랑 끝에서 박윤정호가 기적을 썼다.
승점 3점이 절실한 한국은 캡틴 전유경과 박수정이 초반부터 독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찬스를 노렸다. 전반 22분 전유경이 우서빈의 골킥을 전방으로 떨군 것을 받아낸 박수정이 '원샷원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침착하게 골망을 흔든 후 환호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의 첫골이자 16강행 결승골이었다. 독일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지난 2경기 1실점의 견고한 수비, 친선경기에서 미국을 4대2로 이겨본 패기와 투혼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후반 추가시간 8분을 버텨내며 1대0으로 승리했다. U-20 대표팀이 독일을 상대로 거둔 최초의 승리다.
박윤정호는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0대1로 석패한 후 2차전에서 베네수엘라와 0대0으로 비겼다. 이날 독일을 잡으며 1승1무1패, 독일, 나이지리아(이상 승점6·2승1패)에 이어 조3위(승점 4·1득점·1실점·골 득실 0)에 올랐다. C조 3위 파라과이(1승 2패·승점 3)가 미국에 0대7로 대패하면서 F조 아르헨티나-코스타리카전 결과와 무관하게 '3위중 상위 4위' 안에 들며 16강행을 확정지었다. 2014년 대회 이후 무려 10년 만의 감격 16강행이다. 박윤정호의 16강 상대는 3전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한 콜롬비아가 유력하다.
한국 여자축구는 U-20 대회에서 16개국 체제였던 2014년 캐나다 대회에서 오른 이후 10년 만에 콜롬비아에서 16강행 염원을 이뤘다. 역대 최고 성적은 당시 19세였던 '리빙 레전드'지소연(시애틀 레인)이 8골을 몰아치며 실버부트, 실버볼을 수상하며 3위에 오른 2010년 독일 대회다.
박수정은 16강 확정 후 KFA와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일단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뻤다"며 미소 지었다. "1-2차전 때 확실하게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마지막 경기는 준비를 엄청 했다. 독일을 이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날 독일전 결승골은 베네수엘라전 실패를 보약 삼아 심기일전한 결과였다. 박수정은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놓쳤고 한국은 베네수엘라와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박수정은 "베네수엘라전에서 골 찬스를 놓친 게 독일전에 엄청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정말 좋았던 찬스를 놓쳤고, 그 때문에 승점을 가져올 경기를 놓쳐서 독일전에선 찬스에 더 집중하려 했다"고 했다. 이겨야 사는 16강 단판승부, 상대는 홈팀 콜롬비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수정은 "콜롬비아와 붙게 되면 홈 관중이 엄청 많을 것이고 엄청 시끄러울 것"이라더니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모습만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팬들을 향한 씩씩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한국 여자축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들이 있으신데 우리가 좋은 모습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용"라며 애교 넘치는 한마디로 기분좋은 16강행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