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12년의 기다림이 금빛 결실로 이어졌다. 탁구대표팀의 '터줏대감'이자 한국 패럴림픽 출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김영건(40·광주광역시청)이 무려 12년에 걸친 3번의 패럴림픽 무대 도전 끝에 다시 단식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더불어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김영건의 금메달로 이번 대회 6개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내걸었던 금메달 목표(5개)를 120% 초과달성했다.
김영건은 8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탁구 남자단식(MS4) 결승전에서 세계랭캥 1위의 최강자 완차이 차이웃(35)을 상대해 세트스코어 3대2(6-11 11-9 11-7 9-11 11-5)로 승리했다.
이번 금메달로 김영건은 개인 5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이는 역대 한국 선수 중에서 패럴림픽 최다 금메달 공동 2위 기록이다. 이해곤(탁구·7개)에 이어 김임연(사격·5개)과 동률 기록이다. 김영건은 '패럴림픽 단골 손님'이다. 처음 참가했던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부터 이번 파리패럴림픽까지 총 6번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총 8개(금 5개, 은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영건은 초반에는 편안하게 리드하는 듯 했다. 세트스코어 2-1로 일찍 리드했다. 그러나 세계 1위 차이웃은 결코 쉽게 볼 선수가 아니다. 차분히 반격에 나서 4세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김영건은 세트 중반까지는 앞서갔다. 그러나 차이웃의 추격이 무섭게 밀려들어왔다.
김영건은 심기일전 후 다시 리드를 따려고 했다. 그러나 차이웃은 빼어난 수비력으로 김영건이 날카롭게 날린 드라이브 스매시와 백핸드 드라이브를 전부 받아냈다. 그리고는 김영건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 이 작전에 말린 김영건은 결국 4세트까지 내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보통은 여기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영건은 오히려 반등의 기회로 만들었다. 5세트 초반부터 상대의 실수와 에지, 그리고 김영건의 노림수가 통하며 5-0으로 달아났다. 결국 세계 1위는 이 간격을 끝까지 좁히지 못했다. 김영건은 마지막 11점째를 성공하며 주먹을 불끈 뒤었다. 그는 "차이웃이 정면에 강한 선수여서 코너 쪽을 많이 흔들려고 했는데 그게 통했다"면서 "지난 4월에 어깨 탈구에 운동하다가 장파열까지 와서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 후련한 듯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금메달리스트 김영건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한 김정길이 함께 입장해 태극기 2개가 사우스파리 아레나4에 높이 올라갔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