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5일 소관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에 전달했다.
문체위는 이날 여야 합의에 따라 학생선수가 일정기준의 학업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기출전을 금지하는, 학교체육진흥법의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재검토해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채택해 전달했다.
'우생순 레전드'이자 문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임오경 의원(경기 광명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운동선배로서 국가대표를 꿈꾸는 후배 선수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마음껏 하는 가운데 필요한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중인 임 의원의 제안으로 이날 의견서 채택이 진행됐다. 체육현장에 일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최저학력제 실시와 관련 상임위인 국회 문체위 차원에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제도 개선 검토를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에 촉구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임 의원은 최근 초등학생, 중학생 학생선수가 일정 성적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고등학생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초학력프로그램 이수 등을 통해 구제책을 마련해주는 내용을 담은 '학교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2013년 3월 개정된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는 '학교장은 학생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기준(이하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중략) 필요할 경우 경기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2021년 '경기대회의 참가를 허용해서는 아니된다. 다만 고등학교 학생선수는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시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로 개정됐다. 일정 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한 학기 통째로 모든 형태의 경기 대회에 나갈 수 없다.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중학교는 해당학년 학기말 교과 평균성적(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의 40%, 고등학교는 평균성적의 30% 이상이어야 다음 학기 경기 출전이 허용된다. 적용학년은 초4부터 고3에 재학중인 학생, 적용교과는 초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사회 등 3과목이다.
교육위에 전달한 문체위 의견서에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는 예체능 특기학생 중 체육분야에만 적용돼 적용분야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존재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등학생 선수의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 시 '최저학력제'의 성적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대회에 참가 가능한 예외 규정이 존재하나, 초ㆍ중학생 선수의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대회출전이 불가하고 별도 구제수단도 없어 대상간에도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도"라는 점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또 "최저학력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도 밝혔다.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에는 '학생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경기대회의 참가를 허용해선 아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 시행규칙에는 '교육부령이 정하는 경기대회'를 '모든 형태의 경기대회'로 정의해, 사실상 학생선수가 최저학력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형식은 갖추었으나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교육부령으로 경기대회를 정하지 않아 부적절 또는 불완전하게 입법을 함으로써 법률에 실질적 흠결을 야기한 '부진정입법부작위'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임오경 의원은 "형평성 위배, 구제책 부재, 위헌소지 등 다양한 논란이 존재하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보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 완화 및 제도 개선을 할 것을 문체위 차원에서 촉구했다"면서 "국가가 학생선수의 운동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함에도 최저학력제를 섣부르게 시행하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등 체육현장의 혼란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개선 노력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당장 9월부터 경기대회 참가 제한 조치가 시행된다. 학생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데 국회 문체위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문체부는 장미란 제2차관이 참가하는 문체부-교육부의 학교체육 정책협의회를 통해 최저학력제 개선을 요청했고 2024년 1학기 성적으로 다음 학기 전체 기간 동안 경기출전을 금지하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을 학기당 1개월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4월 한 학생선수가 최저학력 미달시 고등학교 학생선수에 대해서만 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초중등 학생선수 구제수단을 입법하지 않은 학교체육진흥법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소송을 청구해 현재 진행중이다. 헌법소원 소송에 대한 교육부와 문체부의 온도 차는 크다.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과정은 의무교육 과정으로 고등학교와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으므로 자의적 차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문체부는 '의무교육은 교육기간에 대한 의무로서 일정한 학력수준이 의무인 것은 아니므로 초중고등 학생간 불합리한 차별'이다. 국가의 교육 권한이 학생선수의 경기출전 기회 제공보다 우위에 있지만 초·중등 학생선수에 대한 구제책이 없는 것은 평등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률 자문 의견이다. 한편 대한민국운동선수 학부모 연대도 이른 시일 내에 최저학력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실시에 대한 의견서 전문]
학생선수가 학업과 운동을 균형있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최저학력제'는 학생선수가 일정 기준 학업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정기간 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생선수들의 운동권과 직업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교육 현장의 반대의견이 존재하고 있으며, 최저학력제의 시행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 현장의 혼란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실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는 형평성 논란 소지가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예체능 특기학생 중 체육분야에만 적용되어 적용분야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존재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등학생 선수의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 시 '최저학력제'의 성적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대회에 참가 가능한 예외 규정이 존재하나, 초ㆍ중학생 선수의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대회출전이 불가하고 별도 구제수단도 없어 대상간에도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 외에도 학생선수가 상대적으로 쉽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체육 과목을 제외하고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5과목으로 평가 과목을 한정하여 적용과목에 대한 형평성도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즉,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구제수단 부재 등 미비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체육 분야만 한정하여 적용하는 이 제도가 오히려 학생선수들의 진로·진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둘째,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제도입니다.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에는 "학교의 장은 학생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경기대회의 참가를 허용해선 아니된다" 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규칙에는 "교육부령이 정하는 경기대회"를 "학생선수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모든 형태의 경기대회"로 정의하여, 사실상 학생선수가 최저학력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 법은 형식은 갖추었으나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교육부령으로 경기대회를 정하지 않아 부적절 또는 불완전하게 입법을 함으로써 법률에 실질적 흠결을 야기한 '부진정입법부작위'의 소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형평성 위배, 구제책 부재, 입법부작위 등 다양한 논란 소지가 존재하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에 대하여 교육위원회가 보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 완화 및 보완해주실 것을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선수의 경우 성적 도달률을 낮춰주는 방식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학업 기준 예외 적용을 고려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교육현장의 학생선수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거나 운동에 대한 동기가 저하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위원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속한 논의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