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국 탁구가 2024년 파리패럴림픽 '3수' 끝에 드디어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두 번의 결승전 패배를 경험한 한국 탁구대표팀의 '금메달 염원'을 풀어준 건 '뉴에이스' 김기태(26·서울특별시청)였다. 정답은 '닥공 탁구'에 있었다. 상대를 몰아치는 폭풍 같은 공격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탁구대표팀 첫 금메달이자 파리패럴림픽에서 따낸 한국선수단 5번째 금메달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당초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 5개 획득'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김기태는 6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탁구 남자단식(MS11) 결승전에서 대만의 전보옌을 세트스코어 3대1(3-11 15-13 11-7 11-9)로 꺾었다. 김기태의 첫 패럴림픽 금메달이었다. 김기태는 세계선수권과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드디어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김기태는 1세트에 긴장한 듯 힘이 너무 들어간 공격을 날렸다. 포핸드와 백핸드가 약간씩이지만 계쏙 테이블에서 벗어났다. 순식간에 0-5로 몰렸고, 결국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3-11로 허무하게 1세트를 내줬다.
1세트의 어이없는 패배는 오히려 김기태를 '각성'시켰다. 2세트부터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들고 나왔다. 강공 일변도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짧은 커트와 강 스매시를 섞자 전보옌은 당황했다. 김기태는 9-6까지 달아났지만, 전보옌의 반격에 10-10 듀스를 허용했다. 숨막히는 듀스접전이 이어졌따. 13-13까지 갔지만, 김기태의 강 스매시 2개가 테이블에 찍히며 15-13으로 세트스코어 1-1을 만들었다.
3세트 부터는 흐름이 완전히 김기태 쪽으로 넘어왔다. 김기태는 3세트 3-3에서 상대 실수와 강공을 묶어 7-3으로 달아났다. 이어 10-7에서 백핸드 드라이브로 세트를 끝냈다. 기세를 탄 김기태는 5-1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전보옌이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타오른 김기태의 에너지를 압도하지 못했다. 김기태는 10-9에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려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13살 때인 2011년 병원 검사 도중 장애를 발견한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단식·복식·혼합복식 3관왕을 차지하며 대표팀의 신성으로 환하게 떠올랐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단식 동메달과 남자복식 금메달,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패럴림픽 무대에서는 메달 획득에 계속 실패했다. 2016년 리우패럴림픽 단식 4위에 그쳤고, 2020 도쿄대회 때는 단식 9위로 마감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큰 대회인 패럴림픽에서 꼭 금메달 따겠다"고 늘 강한 의지를 밝히곤 했다. 그의 의지는 파리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