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농구가 최근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박신자컵'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농구 강국으로 부상한 일본 클럽들 사이에서 WKBL 구단들이 선전하며 희망을 밝혔다. 우리은행 BNK 삼성생명 하나은행 등이 예선에서 돋보였다. 특히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하위 BNK가 환골탈태했다. BNK는 6일 최종전 결과에 따라 4강 진출도 가능하다.
8월 31일부터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진행된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에 동아시아 강호들이 참가했다. 2023~2024시즌 일본 W리그 챔피언 후지쯔 레드웨이브와 7위 히타치 쿠거스, 대만 챔피언 캐세이라이프, 박신자컵 디펜딩챔피언 도요타 안텔롭스가 WKBL 여섯 구단과 경쟁했다. 대회 첫날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각각 히타치와 캐세이를 제압했다. 출발이 산뜻했다. 박지수가 해외에 진출하며 전력 유출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됐던 KB 스타즈도 히타치를 물리쳤다.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BNK는 도요타를 접전 끝에 꺾는 저력을 과시했다.
전통 명문 우리은행의 강세 속에 KB와 BNK의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국보센터 박지수 위주로 돌아갔던 KB는 강이슬 허예은 염윤아 등을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섰다. 정규시즌 1위였던 KB는 박신자컵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김완수 감독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NK는 2022~2023시즌 6승24패에 그친 꼴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역동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BNK에 충격패를 당한 도요타 오가 유코 감독은 "우리가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고 실수가 많았다"고 했지만 BNK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의 공백을 십시일반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했다. 김완수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했다. 긍정적인 모습을 봤다. 고현지가 2주 후에 부상에서 복귀하는데 가뭄에 단비다. 스몰 라인업(작고 빠른 선수들 위주로 기용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았다"고 기대했다. 박정은 BNK 감독은 "비시즌에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선수들에게 소리도 많이 지르고 화도 많이 냈다. 이것저것 요구하면서 훈련을 강도 높게 가져갔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본인들이 노력한 부분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대회 끝나고 더 파이팅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팀이 설렁설렁 뛴 것도 아니다. 새 시즌을 대비해 준비 및 점검 차원의 대회이지만 엄연히 실전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오가 유코 도요타 감독은 "당연히 해내고 싶다.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다해 이길 수 있도록 코칭하고 있다. 지기 싫어하는 내 성격도 있지만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곧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시와쿠라 히데노리 히타치 감독 역시 "단순히 연습경기와는 다르다. 역시 대회이다 보니 선수들 이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이나 준비성부터 차이가 난다"고 했다.
신한은행도 4전 전패 위기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3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태로 치른 하나은행전을 70대68로 이겼다. 경기종료 5초를 남기고 이경은의 역전 3점슛이 터졌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틀려도 되고 안 되도 된니까 기본기에 충실하자고 했다. 여기서 무언가 보여주려고 많은 생각하지 말고 집중력 있는 경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회에 와서는 훈련할 시간이 없었는데 미팅한 내용으로만 이렇게 해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총평했다.
아산=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