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어수선한 분위기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도 컸다. 10년 만에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시대가 열렸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첫 단추였다. 그러나 전반은 무표정이었다. 대한민국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전반을 득점없이 마쳤다.
홍 감독은 안정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황문기(강원)만 새 얼굴이었다. A매치에 최초 발탁된 그는 데뷔전을 치렀다. 그 외에는 기존의 최정예 멤버였다.
홍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원톱에는 주민규(울산)가 포진한 가운데 2선에는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섰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황인범(즈베즈다)과 정우영(울산)이 호흡을 맞췄다. 좌우측 풀백에는 설영우(즈베즈다)와 황문기, 센터백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김영권(울산)이 위치했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무거운 출발이었다. 붉은악마의 서포터스석에는 최근의 '안티 분위기'로 들끓었다.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 '피노키홍', '축협 느그들 참 싫다', '선수는 1류, 회장은=?!' 등의 걸개가 걸렸다. 국가 연주가 끝난 뒤에는 "정몽규 나가", 이른바 '안티 콜'이 울려 퍼졌다. 홍명보 감독이 화면에 등장할 때도 야유가 나왔다.
손흥민이 경기 시작 1분 만에 코너킥을 얻어내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유럽파의 뒤늦은 합류로 단 24시간 훈련 후 경기를 치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중원에서 선수들의 잔 실수가 많았고, 패스도 엇박자를 냈다. 전반 7분 이강인이 풀어내고, 설영우가 역습으로 뒤흔들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팔레스타인은 올해 초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진출에 성공한 다크호스답게 견고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그나마 이강인의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특유의 허를 찌르는 드리블과 완급 조절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손흥민은 전반 17분 주민규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그의 헤더는 수비수 몸맞고 아웃됐다.
대한민국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장면도 나왔다. 팔레스타인의 세트피스는 위력적이었다. 전반 22분에는 아세르 하메드의 헤더 패스를 타메르 세얌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이었다. 다행히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태극전사는 각성모드였지만 전반 26분 팔레스타인의 세트피스는 또 다시 아세르 하메드의 헤더슛으로 연결됐다. 답답한 흐름은 전반 40분이 지나자 숨통이 트이기 지가했다.
이강인이 선봉에 섰다. 수비벽을 허문 이강인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분 뒤에는 황인범이 왼발 슈팅으로 골을 노렸지만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옆그물을 강타했다.
대한민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팔레스타인은 96위다. 3차예선이 곧 최종예선이다. 홍명호보는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3차예선은 18개팀이 6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홈&어웨이로 풀리그를 치른다. 각조 1, 2위, 총 6개팀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첫 판이다. 후반 45분이 남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1차전이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