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멘탈 케어 좀 해주려 한다."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전날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가 패전 투수가 된 조대현(19)을 불렀다. 우연히 취재진과 마주친 심 단장은 "조대현 멘탈 케어 좀 해주려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4일 함평 KT전에서 조대현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무려 7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5실점했다. 1회초 선두 타자 권동진에 볼넷을 내주고 이호연을 뜬공 처리했으나, 정준영 김준태 천성호 장준원 김민석 박민석에게 6연속 볼넷을 내줬다. 안타 하나 없이 줄줄이 실점하고 안치영을 뜬공 처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9타자를 상대하며 45개의 공을 뿌렸다.
강릉고 출신으로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돼 KIA에 입단한 조대현은 이의리 윤영철의 계보를 이을 'KIA 1라운더 신인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1m92의 큰 키를 바탕으로 내리꽂는 공을 잘 가다듬으면 위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올 초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KIA 스프링캠프에서도 '대투수' 양현종을 비롯한 선배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관건은 벌크업과 새 구종 연마였다.
5월부터 퓨처스 등판을 시작한 조대현. 하지만 140㎞ 초반의 구속을 좀처럼 끌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 7~8월 KIA가 유망주를 선별해 보낸 미국 드라이브라인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뚜렷한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귀국 후 지난달 24일 두산전에서 1이닝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괜찮은 투구를 펼쳤지만, 첫 선발 등판 결과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 눈치.
심 단장은 "압박감을 느껴보라는 차원에서 선발 등판을 시켜봤다. 하지만 등판을 마치고 눈물을 보이더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투수 왕국'으로 불리는 KIA.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라는 KBO리그 톱클래스 좌완 선발진을 보유 중이지만, 우완 선발 요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올 시즌 성장한 황동하 김도현이 있으나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갖춘 조대현이 성장한다면 이런 KIA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됐다. KIA에겐 어떻게든 성장시켜 활용해야 할 자원인 셈. 조대현이 심 단장과의 면담을 통해 성장 정체기 돌파구를 찾았을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