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는 11일 열리는 2025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삼성 라이온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선택지가 많아서다.
투수풀이 풍부하다. 팀에 꼭 필요한 유망주 좌완 투수들도 수두룩 하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
지난해 8위 삼성은 키움 히어로즈→한화 이글스에 이은 3순위 픽을 보유한 구단.
1,2순위를 다투는 덕수고 좌완 정현우와 전주고 우완 정우주가 앞에서 빠지면 삼성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너무 많아 고민이다.
좌완 투수를 뽑는다면 광주일고 김태현과 연고지인 대구고 파이어볼러 배찬승이 경합한다. 우완으로 선택지를 넓히면 덕수고 완성형 투수 김태형도 있다.
좋은 투수가 많아 1라운드에서 야수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지나칠 경우 두고 두고 아쉬울 야수가 있다.
덕수고 2루수 박준순이다. 5툴 플레이어로 이번 드래프트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선수.
"1라운드에서 지명될 유일한 야수"라는 평가다.
컨택트 능력에 중장거리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파워, 빠른 발과 주루 센스,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완성형 야수. "클러치 능력도 있고, 변화구 대처력도 좋다"는 평가. 프로 무대 빠른 적응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신인 때부터 뛰며 루키시즌 KIA 타이거즈 우승에 일조한 안치홍을 연상케 한다.
만약 삼성이 품을 수만 있다면 김영웅 이재현과 함께 10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황금 내야진'을 완성할 수 있다.
외야로 전향한 김지찬, FA 자격을 얻는 베테랑 류지혁 등 팀 내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상급 팀으로 거듭난 올시즌에 이어 내년 시즌 대권 도전에 나서는 팀의 방향성이 문제다.
다다익선인 즉시 전력감 투수를 패스하고 성장의 시간이 필요한 박준순을 1라운드에서 지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 문제는 1라운드에서 패스하면 2라운드에서 뽑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점이다.
김휘집 트레이드로 NC 다이노스 1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한 7번 픽 키움 히어로즈가 있다. 올시즌 후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정된 키움은 차례가 온다면 박준순을 선택해 붙박이 주전 2루수로 키울 가능성이 있다. 키움 지명 전인 6번픽 두산 베어스가 먼저 지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으로선 아쉽지만 박준순 대신 하위 라운드에서 다른 내야수를 물색해야 할 현실적 상황.
기존 멤버 중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김재상 등 미래의 대안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 당장 혜성 처럼 눈앞에 나타난 유망주가 있다.
육성선수 신화를 꿈꾸는 루키 양도근(21)이다. 장안고-강릉영동대 출신 올시즌 신인. 안정된 수비력과 타석에서의 집중력을 평가받은 양도근은 동기생 이재현의 손목 부상 결장을 틈 타 지난 1일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근성으로 똘똘 뭉친 양도근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어깨에 자신 있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강한 어깨와 김지찬과 베이스를 도는 타이밍이 흡사할 만큼 빠른 발, 그리고 야구센스가 장점.
1일 KIA전에 9번 유격수로 나선 그는 데뷔 첫날 첫 타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KIA 새 좌완 외인 에릭 스타우트로부터 데뷔 첫 타석 3루타(역대 8번째)와 타점이라는 희귀한 기록을 세웠다. 시작에 불과했다.
3일 홈 롯데전에도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초 수비 때 빅터 레이예스의 좌익수 쪽 빗맞은 안타성 타구를 빠른 발로 전력질주해 따라간 뒤 온 몸을 날려 잡아내는 집중력으로 홈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희생번트로 착실한 작전수행 능력도 보여줬다. 양도근의 호수비로 초반 실점을 막고 팀 분위기를 살려낸 삼성은 5대1로 승리하며 주말 KIA전 2연패 충격을 딛고 반등에 선공할 수 있었다.
이재현이 선발로 복귀한 4일 대구 두산전에서는 2루수로 첫 선발 출전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안정된 수비와 함께 멀티히트와 3출루 경기에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7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안정된 수비와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에 짧게 끊어 치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 3경기 7타수3안타(0.429) 1타점 1득점.
이런 활약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주전 2루수로의 성장을 예상해 볼 수 있다.
'3루수 김영웅-유격수 이재현-2루수 양도근'으로 이어지는 2003년생 동기생 청년 내야수들이 삼성 내야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