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2관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패럴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보치아계의 페이커'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강선희(47·한전KPS)와 짝을 이뤄 나선 보치아 혼성페어(스포츠등급 BC3)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정호원-강선희 조는 5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스테파니아 페란도-로드리고 로메로 조를 상대로 4엔드 합계 4대2(3-0 0-1 1-0 0-1)으로 이겼다. 결승에 오른 정호원-강선희 조는 6일 새벽 4시(한국시각) 홍콩을 상대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기서 금메달을 딸 경우 정호원은 2관왕(개인, 페어)을 차지할 수 있다.
서로 실수가 나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정호원-강선희 조로 향했다. 1엔드에서 한국은 초반에 실투가 나오며 공 3개를 소비했다. 보치아는 서로 6개의 색깔 볼(빨간색, 파란색)을 굴려 경기장 위의 하얀 색 표적구에 더 가깝에 위치시키는 쪽이 포인트를 따게 된다. 표적구와의 거리가 먼 쪽이 계속 투구를 한다.
정호원-강선희 조에 남은 공이 3개 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계속 실수를 하며 유리한 기회를 날렸다. 결국 정호원-강선희 조는 1엔드에 3점을 얻었다.
2엔드가 위기였다. 강선희의 휠체어 뒷바퀴가 사이드라인에 닿는 반칙이 나왔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심판진이 사이드라인 접촉 여부를 상의해 결국 페널티 결정을 내렸다.
해당 엔드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킨 뒤 상대 팀에 벌칙공 기회를 부여한다. 엔드를 마친 뒤 벌칙을 저지른 상대 팀에 1개의 공을 더 주고, 코트 중앙에 표시된 구역 안에 투구할 수 있게 한다. 공이 구역 안에 정확히 들어가면 추가 1점을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이 벌칙구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축구로 치면 페널티킥 찬스를 놓친 것과 같다. 결국 2엔드에서 아르헨티나는 2점 대신 1점만 따냈다.
3엔드에서는 정호원의 침착한 대처가 빛을 발했다. 한국의 3, 4, 5구가 모두 실투로 빗나가자 정호원은 마지막 6구째를 수비 목적으로 굴렸다. 표적구 앞에 마치 벽처럼 세워 대량 실점을 막으려는 전략. 이게 큰 효과를 봤다. 아르헨티나는 공 3개를 가졌지만, 정호원이 던진 공을 의식해 제대로 투구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공을 밀어 더 가깝게 했다. 한국이 오히려 1점을 얻어 4-1이 됐다. 4엔드는 무난하게 끝났다. 한국은 1점만 내주고 끝냈다.
정호원은 경기 후 "실수가 많은 경기였는데,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결승에서는 침착하게 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파트너 강선희도 "액땜했다고 생각하겠다"며 "첫 패럴림픽에서 결승까지 밟게 됐는데, 금메달 획득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