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완벽했던 투구,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와이스는 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전에서 7⅔이닝 3안타(1홈런) 무4사구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92개.
이날 와이스는 7회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3-0의 리드를 안고 나선 1회말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 범퇴로 출발한 와이스, 2회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 처리한 데 이어, 3회말도 삼자 범퇴로 장식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4회말에도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퍼펙트 행진은 실책으로 깨졌다. 5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선빈이 친 빗맞은 타구를 3루수 노시환이 잡아 1루로 연결했으나 송구가 뒤로 빠졌다. 공식 기록은 노시환의 송구 실책. 노히트 요건을 이어간 와이스는 이우성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했다. 와이스는 6회말에 이어 7회말까지 삼자 범퇴로 장식했다. 이때까지 투구 수는 불과 69개. 모두가 '노히트 노런'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했다.
하지만 와이스는 8회에 무너졌다.
8회말 선두 타자 나성범과의 승부. 2B1S에서 뿌린 132㎞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려 들어갔고, 나성범은 이를 걷어올렸다. 높게 뜬 타구는 전광판 아래 떨어지는 중월 솔로포가 됐다. 와이스의 노히트 투구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와이스는 김선빈 이우성을 잇달아 잡았지만, 한준수에 우전 안타를 내줬다. 한화 양상문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와이스는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고, 양 코치는 '1타자'를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와이스가 박정우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주면서 결국 양 코치는 심판에게 공을 받아든 채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와이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깨진 노히트보다 스스로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큰 눈치였다.
1루측 관중석에 자리 잡은 한화 팬들은 와이스가 더그아웃을 향하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비록 노히트 기록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5강 희망을 안고 페넌트레이스 막판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한화에 와이스의 역투는 큰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지난 6월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데뷔한 와이스는 7월까지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하지만 8월 16일 인천 SSG전을 시작으로 23일 잠실 두산전, 28일 부산 롯데전에서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선두 KIA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며 한화에 새로운 외국인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눈부신 역투를 펼친 와이스, 그러나 승리는 없었다. 8회말 와이스를 구원했던 박상원이 9회말 2사 1루에서 나성범에 추격점을 내줬고, 마무리 주현상이 김선빈에 동점포를 얻어 맞으면서 와이스의 승리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