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감정 기복을 조금만 더 다스렸다면…"
긴 침체기를 뚫고 '패럴림픽 효자종목'으로 부활한 대한민국 사격에서 또 하나의 메달이 탄생했다. 김정남(46·BDH파라스)이 P1 혼성 25m 권총 SH1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사격 2관왕 출신의 베테랑 박세균(53·좋은사람들)도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했으나 7위에 그치고 말았다.
김정남은 2일 밤(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년 파리패럴림픽 사격 P1 혼성 25m 권총 SH1 결선에서 24점을 기록해 양차오(중국, 30점)와 공옌샤오(미국, 28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로서 김정남은 한국 선수단에 7번째 동메달을 안겼다. 사격 종목에서는 5번째 메달이다. 앞서 조정두와 박진호가 금메달을 명중했고, 이윤리가 은메달 서훈태가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패럴림픽 사격 혼성 25m 권총은 완사와 급사로 예선과 본선을 거쳐 8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린 뒤 급사 방식으로 결선을 치른다. 선수마다 5발씩 10번의 시리즈를 치르게 되는데 네 번째 시리즈부터는 최저점 선수가 1명씩 탈락한다. 각 시리즈에서는 5발 중 '히트(10.2 이상)'한 격발에만 1포인트를 부여하게 된다.
김정남은 본선을 579점(전체 1위)으로 통과하며 메달 획득 기대감을 높였다. 본선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금메달까지도 노려볼 만 했다. 박세균은 5위(572점)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2시리즈까지 김정남은 5포인트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박세균은 4위(3포인트). 그러나 4시리즈에서 김정남이 1포인트에 그치며 합산 9포인트로 3위가 됐다. 박세균은 8포인트로 6위가 되며 탈락 위험권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김정남은 5시리즈에서 4포인트를 얻어 다시 2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박세균은 2포인트 획득에 그치며 탈락하고 말았다. 결선 7위로 마무리.
김정남은 6시리즈에서도 3포인트를 추가하며 은메달권을 유지했다. 1위 양차오와는 1점 차이. 역전을 기대볼 수 있는 간격이다. 하지만 7시리즈에 김정남이 3포인트를 얻은 반면, 1위 양차오와 공동2위 공옌샤오는 각각 5포인트와 4포인트로 달아났다. 여기가 승부처였다. 김정남의 평정심이 무너졌다.
8시리즈에서 역전을 도모해야 했지만, 김정남은 2포인트에 그쳤다. 결국 합산 24포인트로 2위에 1포인트 모자라 8시리즈에서 결선을 마감했다. 최종 순위 3위였다.
'첫 패럴림픽'이라는 중압감에 눌린 것일까. 김정남은 "금메달을 목표로 잡고 준비했다. (메달 획득이) 기뻤으면 좋겠는데 마냥 기쁘지는 않다"면서 "(사격이) 마음처럼 안 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역시 초심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것만 지키자고 생각했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메달이다. 다음 대회 은메달, 그 다음 대회 금메달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수행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김정남은 "내가 동메달을 땄지만, 아직 부족하다. 다시 준비해야 한다. 사격은 '나를 찾는 종목'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다 10점을 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걸 하면서 '10점에 내게 오도로'해야 한다. 그 과정을 두고 '도를 닦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격을 하면서 나도 성격이 많이 차분해지고 감정도 잡혔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