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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패럴림픽] 겨우 0.16초 '찰나의 패배'에 울음 삼킨 수영 조기성, 파리는 그에게 너무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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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터치싸움에서 두 번이나 졌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0.21초 그리고 0.16초. 눈을 빠르게 한번 깜박일 때 이 정도 시간이 나온다. 순식간이다. 그런데 이 차이로 패럴림픽 메달 여부가 갈릴 수도 있다. 이 차이로 이긴 쪽은 천운이지만, 진 쪽은 땅을 치고 아쉬워할 만 하다.

그런데 이런 패배를 두 번이나 경험한다면 대체 무슨 생각이 들까. 2024년 파리패럴림픽 수영에 출전한 조기성(28)이 말해줬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조기성은 '찰나의 순간'에 두 번이나 패하면서 메달을 놓치는 아픔을 겪었다. 파리는 조기성에게 너무나 가혹한 아픔을 남겼다.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날 만하다. 그러나 조기성은 달랐다. 담담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준비가 좀 더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비록 파리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조기성은 최선을 다한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포츠맨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조기성은 2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수영 남자 개인혼영 150m 스포츠등급 SM4 결선에서 2분37초45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3위를 차지한 멕시코의 카마초 라미레스(2분37초29)에 겨우 0.16초 뒤져 메달 획득이 무산되고 말았다.

3일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30일 새벽에 열린 평영 50m(SB3등급)에서 50초73을 기록했지만, 스페인의 미겔 루케(50초52)보다 0.21초 늦어 역시 4위에 그치고 말았다.

정확한 기록 경기인 수영에서는 간혹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인지 조기성은 의연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2일 개인혼영 150m 레이스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조기성은 "정확히 기록을 확인하진 못했는데, 아깝게 졌다고 들었다. 고 들었다"면서 "어쨌든 진 건 진 거다다"라고 아쉬움을 안으로 삼켰다.

조기성은 자신을 탓했다. "터치 싸움에서 두 번 다 졌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나도 나름 많이 준비했지만, 3위를 한 (멕시코)선수가 아마 나보다 더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였다. 이 이상 어떤 말로도 이 '찰나의 패배'를 설명할 순 없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7일 오후에 남자 배영 50m(S4등급) 예선에 마지막으로 출전한다. 조기성의 패럴림픽 마지막 레이스다.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를 내려놓겠다고 했다. 장애인 수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고 싶은 마음이 크다.

조기성은 "원래는 앞에서 미리 메달을 따고 편안하게 마지막 경기에 임할 계획이었다. 배영은 내 주 종목이 아니다. 마지막 패럴림픽인 만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주 종목이 아닌 배영 출전을 신청했다"면서 "열심히 하겠지만 즐긴다는 말씀은 못 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담하고 의연하게 '찰나의 패배'를 받아 들이려 했지만, 미처 가슴으로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비집고 나왔다.

조기성은 결국 울먹이고 말았다. 그는 "국가대표를 하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2016년 리우패럴림픽 때 3관왕을 하면서 장애인 수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면서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패럴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함과 욕심이 더 커졌다. 그걸 떨쳐내지 못한 게 패인이었던 것 같다. 2020 도쿄 대회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다. (배형근) 감독님께 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안타깝다"며 울음을 애써 참았다. '찰나의 패배'는 꽤 오랫동안 조기성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