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패럴림픽] '준비된 효자종목 보치아, 메달사냥 시작됐다'
'패럴림픽 효자종목' 보치아의 2024년 파리패럴림픽 첫 메달이 나왔다. 패럴림픽 무대에 처음 나서는 강선희(47·한전KPS)가 여자 개인(BC3 등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수 위 기량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선희는 1일 새벽 1시10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패럴림픽 보치아 여자개인 동메달 결정전(BC3)에서 브라질의 이바니 카라두를 4엔드 합산 스코어 7대2(2-0 3-0 2-0 0-2)로 이겼다. 이로써 강선희는 자신의 첫 패럴림픽에서 메달까지 획득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패럴림픽 출전을 '인생의 목표'라고 했던 강선희다. 이미 인생의 목표를 이룬 뒤 얻은 메달은 색깔에 상관없이 그저 무한한 영예의 징표였다. 강선희는 승리가 결정된 순간 환하게 웃으며 함께 박세열 경기파트너, 임광택 감독과 함께 경기장 중앙으로 나와 관중석의 한국 팬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다.
4강전에서 홍콩의 케이호위앤에게 1대4로 아쉽게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된 강선희는 "기회가 많았는데, 내 실수로 다 놓쳐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 있으니 기분을 새롭게 해서 꼭 메달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말은 쉬워도 마음을 다잡긴 쉽지 않다. 첫 패럴림픽 결승행을 아쉽게 놓친 억울함을 누르고 새로 경기에 집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강선희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냈다. 그리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1엔드는 강선희의 신중한 투구와 카라두의 실수가 겹쳤다. 강선희의 빨간색 공이 표적구 옆에 가깝게 붙은 상황에서 카라두가 굴린 4구째 파란색 공이 너무 강했다. 표적구까지 라인 바깥으로 쳐내고 말았다. 이 경우 하얀 색 표적구를 원래 위치가 아닌 경기장 중앙 표시지점에 새로 놓고 시작한다. 그리고 표적구를 쳐낸 쪽이 먼저 투구를 한다. 후공이 유리하기 때문에 페널티나 마찬가지다.
결국 카라두가 6구째 투구를 마친 상황에서 강선희가 마지막 투구로 자신의 공을 밀어 표적구 주위에 더 가깝게 이동시켰다. 강선희의 볼 2개가 더 가까이 붙어 2점을 얻었다.
2엔드도 일방적이었다. 카라두가 여섯 번째 볼을 다 굴린 상황에서 강선희는 무려 3개의 볼을 남겨놓게 됐다. 대량득점을 만들 수 있는 찬스였다. 강선희는 침착하게 3점을 획득했다. 3엔드와 4엔드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3엔드에도 강선희가 2점을 따내며 7-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보치아가 한 엔드에서 최대 6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승부는 결정된 상황에서 4엔드가 이어졌다. 카라두가 최선을 다해 2점을 얻었다. 명예로운 패배,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강선희의 동메달 획득은 한국 보치아의 파리 패럴림픽 메달 사냥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앞서 열린 남녀 개인 준결승에서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남자 BC3)과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남자 BC1), 정소영(36·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 여자 BC2) 등 '보치아 정 트리오'가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2일과 3일에 걸쳐 한국 보치아는 '최소 은메달 3개'를 확보한 상태에서 달성 가능 최대치인 '금메달 3개 획득'에 도전한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