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포기하지 않고 노를 젓다 보면, 어느 새 목적지가 다가온다. 관건은 인내심이다.
한국 장애인 조정의 에이스인 김세정(48·롯데케미칼)은 인내심있게 계속 노를 저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선 진출'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8년 간 세 번의 패럴림픽에 걸친 끈질긴 도전이었다. 3수 끝에 성공한 '패럴림픽 결선진출'의 열매. 김세정의 꿈은 달콤하게 영글었다.
김세정은 드디어 패럴림픽 조정에서 결선에 진출했다. 김세정은 1일(한국시각) 프랑스 베르 쉬르 마른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년 파리패럴림픽 조정 여자 싱글 스컬(PR1 W1x) 2000m 패자부활전 2조 경기에서 10분 52초 23을 기록, 5명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김세정은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파리패럴림픽 조정 경기는 조별 예선 1위가 결선에 직행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패자부활전을 치른다. 조별로 상위 2명에게는 결선 티켓이 부여된다. 결국 김세정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6인이 나서는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 패럴림픽 조정 결선 진출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 역사상 두 번째 쾌거이자 여자로서는 최초다. 지난 2012년 런던대회 때 박준하가 남자 싱글스컬 5위로 사상 첫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김세정은 박준하 이후 12년 만에 결선에 성공했다.
대학생이던 2004년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 장애를 입은 김세정은 2년간의 병원 치료 후 재활 운동을 시작했다. 조정에 입문한 건 2009년. 30대의 나이였다. 그러나 실력은 노를 당기는 만큼 쭉쭉 늘었다. 입문 7년 만에 첫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6년 리우패럴림픽에 조정 대표로 출전한 김세정의 첫 성적은 8위였다.
이후 '조정 에이스'로 떠오른 김세정은 2020 도쿄대회에서 한 단계 오른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선행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김세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4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체력은 자신 있었다.
마침내 파리패럴림픽 무대까지 밟은 김세정은 한국 선수 최초의 패럴림픽 3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결선 진출이다. 이번에도 꾸준히 노를 당겼더니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목표로 세웠던 '패럴림픽 결선진출'을 달성했다. 결선은 1일 오후 6시 10분에 시작된다. 김세정의 끈질긴 노 젓기가 이번에는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지 주목된다.
한편, 최선욱(28·내쇼날 모터스), 이승호(20·SH서울주택도시공사), 강현주(25), 배지인(26·이상 넷마블), 서하경(22·경기대)으로 구성된 한국은 혼성 유타포어(PR3 Mix4+) 패자부활전에서 7분30초93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20초 이상 기록을 앞당기면서 스페인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1일 7~10위 결정전에 나선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