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40㎞ 중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인데…."
롯데 자이언츠의 나균안(26)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다.
나균안의 야구 인생은 '인간 승리' 스토리와 같았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 입단한 그는 포수로 지명됐다.
고교 최고의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에서 좀처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고, 확실하게 실력이 늘 수 있는 계기도 만나지 못했다.
정체된 성장. 결국 투수 전향이라는 파격 선택을 했다.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이름도 바꿨다. 높이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투수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주며 꾸준하게 경험치를 쌓은 그는 2023년 선발에 안착. 23경기에서 6승8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4월 나선 5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하며 월간 MVP를 받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성공의 맛이 너무 달았을까. 올 시즌을 앞두고 사생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구단은 개인사라며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게 했지만, 나균안은 14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9.05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사생활 문제가 이어졌다. 지난 6월25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음주 여부와 별개로 선발 등판을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한 만큼 문제가 됐다.
남은 건 호투로 당시의 자리가 컨디션에 영향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뿐이었지만, 1⅔이닝 동안 7안타(1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 최악의 피칭을 했다. 팀에도 큰 피해를 주게 된 사건이었다.
결국 구단은 칼을 빼들었다. 나균안에게 구단 이미지 훼손 및 품위손상, 경기 준비 소홀 등 이유로 30경기 출전 정지 및 사회봉사활동 40시간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마친 뒤 다시 훈련을 나선 나균안은 지난달 29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한 U-18 청소년대표팀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2이닝 2안타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징계를 받은 이후 첫 실전 등판.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2㎞가 나왔고, 커브와 커터, 포크 등을 섞어 던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1일 확대엔트리에 맞춰 나균안을 등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140㎞ 중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중간 투수로 기용하는 등 상황에 맞춰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8위 롯데는 8월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잡으며 55승3무62패로 6위 SSG 랜더스(59승1무65패) 7위 한화 이글스(57승2무63패)와 승차를 0.5경기 차로 좁혔다. 5위 KT 위즈(62승2무63패)와의 승차는 2경기 차. 아직 20경기 넘게 남아있는 만큼, 충분히 역전 가을야구 행이 사정권이란 판단이다.
롯데는 120경기를 치르는 동안 역전패가 33패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다.
1위는 35패의 NC 다이노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승률이 7할4푼(37승13패)로 가장 낮고,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8할5푼2리(46승1무8패)로 9위에 불과하다.
아울러 선발진에서도 외국인투수 두 명은 확실하지만, 박세웅과 김진욱은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균안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
나균안 개인으로서도 남은 한 달 동안 바닥 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사생활 문제는 꼬리표로 남을 수 있지만, 경기 준비 소홀 등으로 부진했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남은 한 달 간 호투 만이 팀과 자신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