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파리패럴림픽 무대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남자 단식(WH2 등급) 4강에 2명의 한국선수가 진출했다.
한국 배드민턴 에이스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베테랑 김정준(46·대구도시개발공사) 파리패럴림픽 단식(WH2 등급) 조별예선을 2연승으로 장식하며 나란히 4강에 올라 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했다.
유수영은 31일 밤 11시(한국시각) 프랑스 포르트 드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WH2) 조별예선 C조 2차전에서 릭 코넬 헬만(독일)을 맞이해 세트스코어 2대1(19-21 21-17 21-7)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유수영은 예선 2전 전승으로 조 1위가 되면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날 열린 예선 1차전에서 마이 지안펭(중국)을 2대0으로 가볍게 셧아웃한 유수영은 헬만을 맞아 초반에 고전하며 1세트를 내줬다.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리드하던 유수영은 중반부터 샷이 계속 길게 나가며 엔드 라인을 넘어가는 바람에 16-16으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상대의 헤어핀 공격이 네트에 맞고 떨어지는 행운에 이어 유수영이 날린 회심의 샷이 라인 바깥으로 떨어지며 16-18로 역전당했다. 이후 1점씩 주고 받았지만, 18-19에서 날린 유수영의 샷이 네트에 막혔고, 19-20에서 또 다시 유수영이 날린 셔틀콕이 라인 밖에 떨어지며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대표팀 내 '멘탈최강자'로 불리는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인 유수영은 오히려 이를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유수영은 "1세트를 마친 뒤 속으로 '저 선수는 내 상대가 안돼'라고 계속 마인드콘트롤을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하고 나오니 상대도 실수를 연이어 해주더라"면서 위기를 넘긴 비결을 밝혔다.
2세트부터는 유수영의 페이스였다. 유수영은 4-3에서 연속 3점을 내며 초반 리드를 잡았다. 이어 19-16에서 1점씩 주고받았다가 회심의 드롭샷을 라인 안쪽에 떨어트리며 세트스코어 1-1을 만들었다. 3세트는 일방적이었다. 유수영이 앞뒤로 다양하게 보내는 셔틀콕을 받아내다 지친 헬만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결국 21-7로 가볍게 세트를 마쳤다.
유수영은 "단식에서는 조 1위만 4강에 오르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지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긴장한 것 같다. 첫 패럴림픽이라 몸이 좀 굳어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승리로 내일은 좀 편한 마음으로 4강전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세트 패배 후 다시 마음을 추스른 비결에 대해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될 게 아닌데'라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있는 쪽 코트에서 셔틀콕이 좀 멀리 잘 나가는 편이라 내 공격이 자꾸 아웃으로 나가면서 멘탈이 좀 흔들렸다"면서 "1세트 끝나고 마인트콘트롤을 했다. 계속 '저 선수는 내 상대가 안된다'라고 되뇌이며 2세트에 나왔다. 그러고 나니 상대도 실수를 하고 경기가 잘 풀렸다. 3세트에서는 상대가 지친게 많이 보였다. 알아서 실수해주니 좀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유수영의 4강 상대는 홍콩의 찬호유엔이다. 유수영은 "그 선수와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만나 내가 이겼다. 하지만 워낙 잘하는 선수라 방심하면 안된다. 오늘처럼만 안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단식(WH2) B조 예선 2차전에 나선 김정준도 이스라엘의 아미르 레비를 세트스코어 2대0(21-15 21-12)로 가볍게 꺾고 4강에 올랐다.
김정준은 A조 1위로 4강에 오른 세계랭킹 1위 가지와라 다이키(일본)를 상대한다. '전 세계최강(김정준)'과 '현 세계최강(가지와라)'의 대결이다. 만약 김정준과 유수영이 모두 승리하면 한국선수끼리 금, 은을 놓고 겨루는 가슴 설레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