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굳이'의 연속이다. 별안간 벗고 별안간 수위 높은 베드신을 연출하는데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은 떨어진다.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의 공개 이후 반응이 심상치않다. 중국풍 사극에 동북공정 역사왜곡이라는 오해는 해결했다고 치더라도 열어보니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던 것. '우씨왕후'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데다가 여성 원톱 드라마로서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던 바 있다.
29일 베일을 벗은 '우씨왕후'의 파트1에서는 우씨왕후(전종서)가 자신과 가문의 앞날을 책임지기 위해 새로운 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다. 무술에 능한 여주인공인데다가 날카로운 판단력에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능력까지 있으니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흡족한 여주인공이 될 것. 다소 어색한 전종서의 연기까지도 사극톤으로 잘 어우러져 어색함이 덜해 보이는 것도 한몫을 했다. 심지어는 그의 러브스토리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언니가 원치 않는 혼처였던 둘째 왕자 고남무(지창욱)에게 시집간 우씨왕후와 그의 숨겨진 사랑도 관심을 받고, 을파소(김무열)과의 묘한 텐션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왕후의 자리에 오른 우씨왕후의 그의 언니이자 태시녀인 우순(정유미)의 갈등까지 촘촘하게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던 의상과 관련한 논란들은 이 작품에서는 크게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풍 의복이라는 이야기가 먼저 있었지만, 고구려 벽화에서 이를 차용했다고 밝혔던 만큼 거슬리는 의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시작부터 고구려의 주적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연출로도 오해를 지웠다.
다만 '우씨왕후'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미 방영 전부터 '역대급 수위'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돌았지만, 수위를 떠나 이 정도로 불쾌한 여체 전시가 이어지는 것은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까지도 여성 배우들의 노출이 요구됐고, 심지어는 여배우끼리의 성관계 장면이 장시간 펼쳐지면서 황당한 화면을 완성했다. 굳이 이런 장면이 이렇게까지 길게 그려져야 하는지는 의문인데다가 그 장면이 심지어는 낮은 퀄리티의 B급 정사신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주는 바. 제작진이 어떤 부분을 의도했는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보는 내내 '굳이?'라는 의문만이 떠돌았다.
심지어 극 자체의 퀄리티는 투입된 제작비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웠고, 일부 CG장면의 경우 어색한 부분도 존재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고증에다가 노력한 부분이 구석구석 보이고, 미술에 의상까지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이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단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에 긴박한 데다가 쳐짐이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고 목숨을 보전하려는 우씨왕후의 목적까지 확고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등장하는 노출신, 정사신이 퀄리티를 스스로 낮추니 안타까울 뿐. '우씨왕후'는 파트1을 먼저 공개한 뒤 파트2를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는데, 시작부터 이 같이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파트2까지 시청자들을 잡아둘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