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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앵무·전자음악·현대적 몸짓 어우러진 묘한 춤판 '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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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연출 국립무용단 신작…전통·현대 틀 깬 실험적 공연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국립무용단의 신작 '행 플러스마이너스(+-)'를 보는 관객은 막이 오르자마자 생소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무대를 가득 채운 무용수들은 대열을 맞추지 않고 각기 다른 자세로 흩어져 있다. 편안한 모습으로 바닥에 앉아 있거나 엎드린 채 턱을 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째깍째깍하는 메트로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무용수들은 천천히 일어나 7열을 만들어 줄 맞춰 선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몸짓이 시작되지만, 선 자리에서 이동은 하지 않고 팔다리를 이용해 유연한 안무를 선보인다.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는 궁중무용 '춘앵무'에서 따온 안무다.
현대무용의 거장 안애순이 연출과 안무를 맡아 한국 전통춤과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물었다.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개막작으로,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첫 공연이 열린다.

안 연출은 한국 춤 고유의 움직임을 현대무용 기법으로 해체해 '전통 안의 컨템포러리'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2장부터 이 같은 시도가 빛을 발한다. 43명의 국립무용단 전 단원이 등장한 1장에서와는 달리 소수의 무용수가 차례로 나와 제각기 자유로운 안무를 펼친다. 어디서부터가 전통춤이고 어디까지가 현대무용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몸짓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칼같이 맞춘 대열 안에서 춤췄던 1장이 이미 주어진 세계에 대한 순응을 은유한다면 2장에선 이 시스템을 깨려는 도전을 표현한다. 획일화한 '행'(row)이 다양한 '행'(move)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더 과감해진다. 기계체조를 연상시키는 안무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쁜 고난도의 동작까지,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가 녹아든 몸짓의 향연이 펼쳐진다.

음악 역시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구음이 가미된 전통음악부터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앰비언트 사운드 등으로 확장한다. 영화 '하녀', '화차'의 음악을 맡은 김홍집, '길복순', '내가 죽던 날'의 이진희가 공동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1997년부터 안 연출과 협업해온 김종석은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둥근 모양의 거대한 이동식 기둥이 무용수들과 조화를 이뤄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다채로운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1장에서는 한복의 멋을 살린 흰옷이 주를 이룬다. 2장에선 경쾌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원색 계열의 헐렁한 바지와 치마 차림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공연은 다음 달 1일까지.
ramb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