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론상으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에서 실현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신기하면서도 오래 기억될 장면이 특정 선수에게 벌어졌다. 주인공은 보스턴 레드삭스 포수 대니 잰슨이다.
그는 지난 7월 28일(이하 한국시각)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보스턴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그에 앞서 6월 27일 펜웨이파크에서 보스턴과 토론토의 경기가 2회초 토론토 공격 도중 우천으로 중단됐다. 당시 타석에 서 있던 타자가 바로 잰슨이었다. 2회 1사 1루 첫 타석에 들어선 잰슨이 보스턴 우완 커터 크로포드의 초구를 파울로 걷어낸 직후 빗방울이 굵어지자 경기가 중단됐고, 방수포가 깔리면서 결국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잰슨은 이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고, 해당 경기가 27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진행된 것이다. 즉 잰슨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박스스코어에서 양팀 라인업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지난 주 "잰슨을 해당 서스펜디드 게임에 내보낼 것이다.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예고한 바 있다.
코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굉장히 멋진 순간이다. 그 경기에 나도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생길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나로서는 기쁠 뿐"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해당 서스펜디드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 오후 2시6분에 재개됐다. 6월 27일 경기가 중단된 이후 61일 18시간 35분 만이다. 토론토는 중단 당시 타자였던 잰슨 대신 돌튼 바쇼를 대타로 내보냈고, 보스턴은 기존 포수 리즈 맥과이어 대신 잰슨을 포수로 기용했다. 2개월의 간격을 두고 크로포드에 이어 등판한 보스턴 투수 닉 피베타는 바쇼를 2구 파울, 3구 헛스윙으로 삼진 처리하며 해당 맞대결을 완료했다. 헛스윙한 공을 받은 포수가 바로 잰슨이니 참으로 기묘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잰슨은 6월 27일 경기에서 타석에 서지 않았고, 이날 4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경기는 토론토의 4대1 승리로 끝났다.
잰슨은 경기 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최초로 한 경기에서 양 팀 선수로 모두 뛴 첫 사례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기록을 남긴다면 이상하지만 흥미롭다. 그런 기회를 맞게 돼 감사하다. 멋진 일"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런 상황의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다만 전에 어디선가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했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잰슨은 "기록지를 집에 가져가 보관할 것"이라는 물음에 "기록지를 좀 봐야겠다. 난 이런 미친 기록지의 주인공이 돼 본 적은 없지만,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멋질 것 같다"며 보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경기에서 양 팀 유니폼을 모두 입고 출전한 사례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잰슨이 처음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최소 한 번은 있었다고 MLB.com은 전했다. 1986년 6월 트리플A 시라큐스 치프스(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와 리치몬드 브레이브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의 경기가 우천 중단 후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연기돼 8월 17일에 재개됐다. 당시 시라큐스 소속이었던 데일 홀먼은 이후 토론토에서 방출돼 애틀랜타로 이적했고, 더블A에 있다가 트리플A로 승격하면서 서스펜디드 게임에 출전했다. 그는 시라큐스에서는 1타수 1안타, 리치몬드에서는 2타수 2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해당 경기에서 합계 3타수 3안타를 친 것이다.
한편, 이어 벌어진 이날 본 경기에서도 토론토가 7대3으로 승리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