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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삶이었다. 내가 묻힐 곳은…' 스웨덴 레전드 에릭센 전 英 대표팀 감독, 감사로 가득찼던 마지막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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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모든 것에 감사하다. 정말 환상적인 삶이었다. 모두들 안녕히!"

스웨덴의 축구레전드이자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을 맡았던 스벤 예란 에릭손 전 감독이 76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췌장암과 싸우던 에릭손 전 감독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고향의 작은 집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27일(한국시각) '에릭손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타계한 뒤 감동적인 장례 계획이 화제다. 그는 고향의 옛 집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레전드 출신인 에릭손 전 감독은 1977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해 벤피카(포르투갈)와 AS로마, 피오렌티나, 삼프도리아, 라치오(이상 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 레스터시티(이상 잉글랜드) 등 명문 프로구단을 두루 거쳤다. 이어 2001년 1월부터 잉글랜드 사상 최초의 외국인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돼 2006년 7월까지 5년 6개월간 데이비드 베컴, 웨인 루니 등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다.

에릭손 전 감독은 잉글랜드를 지휘해 2002년 한-일월드컵과 유로2004,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출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함께 통산 40승17무10패를 기록했고,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8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에릭손 전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스웨덴 칼슈타트의 스포츠디렉터 직을 내려놓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 너무 늦게 발견돼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1년 남짓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축구에 대한 애정을 이어갔다. 자신이 이끌었던 팀들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마지막 이별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26일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데일리스타는 "에릭손 감독이 임종하기 전에 아마존 프라임은 그가 자신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여기서 에릭손 전 감독은 자신이 사후 묻히고 싶은 곳이라며 옛집을 언급했고, 이 장소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에릭손 전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스웨덴 서부에 있는 순네 생가와 토르스비 유스 시절에 축구를 했던 운동장에서 멀지 않은 프라이켄 호수 근처의 작은 집을 안식처로 선택했다. 미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에릭손 전 감독이 이 지역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유언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름다운 장소는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며 호숫가를 둘러본 뒤 "선친이 자랐던 산 아래에 있다. 바로 내가 자란 토르스비다. 늘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좋은 삶을 살았다, 우리 모두가 생의 마지막 날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은 죽음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삶에 달관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에릭손 전 감독은 "바라건대 마지막에 사람들이 '그래,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코치진과 선수들, 관중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스스로를 잘 돌보고 삶을 잘 살기를…모두 안녕히"라며 마지막 유언같은 말을 남겼다.

한 세대를 대표하는 명장의 아름답고 품격있는 작별인사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