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잭슨 메릴은 구단이 마이너리그에서 애지중지 키운 유망주 유격수였다.
202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7순위로 샌디에이고의 지명을 받은 메릴은 우투좌타로 지난해 싱글A+와 더블A에서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15홈런, 64타점, 76득점, 15도루, OPS 0.770을 마크했다.
메릴은 타격에서 맞히는 능력과 파워를 두루 갖추기는 했지만, 객관적인 전망은 올시즌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12월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 두 걸출한 외야수를 뉴욕 양키스로 보내면서 외야진에 자리가 생겨 메릴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같은 해 입단한 톱클래스 유망주 둘도 양키스로 보내진 터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유격수를 보던 메릴에 대해 샌디에이고 구단은 외야로 눈을 돌렸다. 지난 시범경기에서 그는 중견수와 좌익수를 보면서 실전 감각을 쌓았다.
그리고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에 출전할 오프닝 데이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전부터 주전 중견수로 기용됐다. 빅리그 적응에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았다. 4월까지 한 달간 31경기에서 타율 0.280, 1홈런, 12타점, OPS 0.696을 마크하며 순조롭게 적응해 나갔다. 5월에도 타율 0.279를 친 메릴은 6월에는 28경기에서 타율 0.320, 9홈런, 20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이달의 NL 루키'에 선정됐다.
그러나 6월까지만 해도 NL에서 유력한 신인왕 후보는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였다. 일본 출신의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좌완 선발 이마나가는 데뷔전부터 9번째 등판까지 5승에 평균자책점 0.84를 마크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6월 이후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미나가는 5월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서 4⅓이닝 동안 8안타를 얻어맞고 7실점하며 빅리그 첫 패전의 아픔을 맛봤다. 들쭉날쭉한 피칭은 6월 22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3이닝 동안 11안타로 11실점하며 바닥을 드러냈다.
이때 NL 신인왕 후보로 강력하게 등장한 선수가 바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다. 작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에 입단한 스킨스는 지난 5월 12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00마일을 웃도는 강속구와 '스플링커'로 불리는 싱커로 금세 타자들을 압도해나갔다.
두 번째 등판인 5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서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빼앗으며 무안타 무실점의 '괴력투'를 선보이며 데뷔 첫 승을 따내더니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7월 들어서도 기세를 떨쳤다. 7월 12일 밀워키전에서는 7이닝 무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로 시즌 6승을 따냈고, 지난 23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6이닝 2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8승(2패), 평균자책점 2.16을 마크하며 유력한 NL 신인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메릴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서 스킨스와의 2파전 양상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메릴은 26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9회말 1사후 끝내기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파워와 클러치 능력을 제대로 증명한 메릴은 이제 당당한 NL 신인왕 후보다. 타율 0.288(451타수 130안타), 19홈런, 72타점, 65득점, 13도루, 출루율 0.319, 장타율 0.488, OPS 0.807을 마크 중이다. NL 루키들 중 홈런, 타점, 안타, OPS 1위다. NL 타자들 중 그에게 필적할 신인은 없다. 팀내 타자들 중 공헌도는 주릭슨 프로파 다음이라고 보면 된다.
MLB.com에 따르면 1961년 이후 9회와 연장에서 동점 및 앞서 나가는 홈런을 가장 많이 친 21세 이하 선수가 바로 메릴이다. 그는 올시즌 이같은 홈런을 벌써 5개나 날렸다. 올시즌 양 리그 전체 타자들을 통틀어 이 부문서 4개 이상을 친 선수는 메릴 뿐이다.
프로파는 이날 경기 후 "당연히 메릴이 NL 신인왕이다. 자격은 충분하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우리는 그렇게 외친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