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은 26일 9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안정'과 '미래지향적'이다.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붙잡겠다는 의지였다.
홍 감독이 발표한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 2차전 출전 26명 명단에도 기존 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복안을 확인할 수 있다. 홍 감독이 4명을 새롭게 발탁했다는 건 바꿔말하면 22명이 A매치를 경험했거나, 최소 한 번 이상 A대표팀에 뽑힌 적이 있는 선수라는 얘기도 된다. 26명 중 A매치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는 최초 발탁된 4명 외에 골키퍼 김준홍(전북) 공격수 오세훈(마치다) 2명 정도다. 이번 명단의 평균 연령은 약 27.7세. 지난 1~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발탁한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 최종명단(약 28.5세)보다 약 0.85세 어리다. 안정을 취하려고 베테랑만 고집하지 않았다.
이번 명단에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주요 유럽파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즈베즈다) 등 현 대표팀의 골격을 이루는 선수들이 모두 소집됐다. 대표팀 붙박이 조현우 김영권 정우영(이상 울산) 박용우(알아인) 설영우(즈베즈다) 권경원(코르파칸 클럽) 정승현(알 와슬)도 불러들였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을 통해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선수들이다.
지난달 13일, 11년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유럽에서 손흥민 김민재 등 주요 유럽파와 면담을 한 것이다. 주요 유럽파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겠다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특출난 스피드와 골결정력을 장착한 손흥민, 탈아시아급 신체 능력을 지닌 김민재, 천부적인 축구 센스를 장착한 이강인은 재능, 실력, 경험면에서 대체가 어려운 자원으로 꼽힌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 틀을 잡을 때, 세 선수를 각 포지션에 핵심으로 세우는 건 너무 합당한 결정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팀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선수들에게 앞으로 내가 감독으로서 팀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몇 가지 이야기를 건넸다.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단순히 눈 앞에 놓인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하는데 그치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한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틀을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베스트11은 기존 대표팀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4~2025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에버턴전에서 멀티골을 쏜 손흥민이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 확실하다. 손흥민의 포지션에 따라 주민규 혹은 오세훈이 원톱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2~3선은 이재성 이강인 황희찬 황인범, 정우영(울산) 혹은 박용우(알아인) 등으로 조합을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백은 김민재 김영권 설영우 이명재, 골문은 조현우가 지킬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풀백 포지션에 황문기를 깜짝 투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홍 감독은 내달 5일 팔레스타인, 9일 오만과의 2연전을 끝마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유럽파를 관찰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포르투갈 출신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 겸 분석코치가 유럽에 상주하며 '유럽 출장소'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홍 감독은 "손흥민처럼 누구나 쉽게 찾아보는 선수 말고, 지금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한국 축구에 중요한 부분이다. 그 선수들과 소통하고, 연습 경기나 훈련장에서 그 선수들의 감독, 코치들과 소통해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로소 코치는 "훈련 준비, 전술, 전략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대표팀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