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단지 행운이었을까?
골키퍼가 손흥민 앞에서 볼터치 실수를 범하면서 손흥민이 손쉽게 골을 넣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과 득점자 손흥민의 말을 들어보면 이 또한 치밀한 설계였다.
토트넘은 2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에버턴과의 홈경기에서 4대0으로 대승했다. 손흥민은 시즌 1, 2호 골을 폭발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25분 상대 수비부터 압박을 시작해 골키퍼까지 괴롭히며 공을 탈취, 혼자 힘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중앙선 부근에서 스로인을 얻어낸 에버턴이 수비지역으로 공을 돌렸다.
손흥민은 패스 루트를 지키는 대신 깊은 진영까지 공을 쫓아갔다. 에버턴 센터백 제임스 타르코프스키가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게 백패스했다. 손흥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픽포드까지 추격했다. 통통 튀기면서 속력이 죽은 공에 비해 손흥민이 워낙 빠르고 도전적으로 접근했다.
픽포드는 손흥민이 다가오는 반대 방향인 왼편으로 몸을 열어 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픽포드에게 공이 간 순간 사실상 손흥민의 의도대로 됐던 것이다. 다른 센터백 마이클 킨도 마크맨이 붙은 상태였다. 왼쪽으로 더 넓게 열어 윙백에게 패스하거나 길게 걷어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손흥민은 단순하고 공격적으로 접근해 왼쪽만 차단하면 외통수였다.
여기서 픽포드의 볼키핑이 살짝 길어지면서 에버턴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손흥민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볼경합에 승리한 뒤 빈 골대에 쉽게 골을 넣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마지막 공격 지역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일주일 동안 훈련하고 준비했다. 오늘 경기에서 멋있는 모습들로 선수들이 보여줘서 좀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두 경기 치렀다. 너무 좋아할 생각도 없고 좀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기다리면서 매 경기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픽포드가 킥력이 좋다. 여유롭게 공을 차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공격수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골은)각도가 좋지 않았음에도 침착하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항상 골키퍼가 거칠게 각을 줄이고 나오기 때문에 항상 골키퍼 다시 사이를 보고 슈팅을 때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픽포드가 빌드업 플레이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을 중앙에 배치했다. 손흥민은 우리 최전방에서 최고의 압박 플레이어다. 그는 믿을 수 없다. 그는 그 역할을 즐겼고 왼쪽에서도 다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크게 만족감을 나타냈다.
토트넘과 손흥민은 애초에 픽포드가 자신의 발밑을 믿고 공을 잘 다룬다는 점을 노려 준비했던 것이다. 이는 또한 타르코프스키를 압박하던 손흥민이 스피드를 죽이지 않고 방향만 전환해 픽포드에게까지 그대로 질주한 집념으로 만들어낸 빈틈이기도 하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픽포드의 터치는 무거웠다. 손흥민이 틈을 놓치지 않고 태클했다. 공을 빼앗은 손흥민은 빈 골대에 골을 넣었다. 에버턴은 엉망진창이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디언은 '손흥민이 픽포드를 뚫어내며 에버턴의 비참함을 완성했다'고 표현했다.
스포츠전문 미디어 디애슬레틱 또한 '손흥민은 항상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필요할 때에는 여전히 그가 비상 시 9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역시 위기에서는 손흥민이 해준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은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끊임없이 공을 쫓아갔다. 제임스 타르코프스키(에버턴 센터백)이 조던 빅포드(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했을 때 그 성과가 나타났다. 두 번째 골은 훨씬 나았다'며 손흥민의 활약을 조명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