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교토국제고의 창단 첫 고시엔 우승에 한국 대통령이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하지만 '한국어 교가', '재일동포의 자긍심과 용기' 등의 발언에 현지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고시엔은 일본 야구의 성지다. 전국고교야구선수권(여름 고시엔) 결승전은 어쩌면 재팬시리즈조차 능가할지 모를, 일본 야구 최대의 관심이 집중되는 무대다.
그 곳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고시엔의 교가는 승자의 권리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관동제일고(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 혈투 끝에 2대1로 꺾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교토국제고의 우승 소식을 속보로 전했고, 대회 주최사인 아사히신문이 전한 기사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 민단 산하의 이른바 '민족학교'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했다.
야구부 창단은 1999년, 민족학교를 벗어나 일반 학교로 인가를 받은 건 2003년이다. 이듬해부터 일본인 학생들도 받기 시작했다. 전교생 160명의 작은 학교, 이젠 학생들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야구부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야구부원 전원이 외부에서 스카웃된 선수들이다. 고교야구 최대 격전지인 도쿄와 오사카, 가나가와현 등을 피해 관서의 격전지 교토(73개교)로 넘어와 고시엔 결승전을 정조준한 야구 청춘들이다.
상황이 바뀌었다지만,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는 그대로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처음 전국무대에 올랐고, 이해 여름에는 4강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기어코 우승까지 품에 안았다.
올해 교토국제고의 돌풍 속 일본 현지에선 한국어 교가나 민족학교의 교훈 등을 트집잡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동해바다'를 동쪽의 바다로, '한국의 학원'을 한일 학원으로 왜곡해 전하는 NHK 중계방송이 대표적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교토국제고는 올해 고시엔 우승을 차지했고, 결승전이 끝난 뒤 관동제일고 선수단과 함께 도열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우렁차게 교가를 합창했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교토 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습니다.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야구는 위대합니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결승전 진출이 확정됐을 때도 "유니폼이 성하지 않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뛴 선수 여러분의 투지와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힘껏 응원하겠다"며 격려 메시지를 낸 바 있다.
현지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한국 대통령의 교토국제고 축하 코멘트는 역효과', 'NHK 자막을 보면서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구나 생각했다. 한국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마지막에는 일본어 교가를 듣고 싶었다',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팀이 교토 대표라니 이건 실수다', '선수는 전원 일본인인데 왜 한국어 교가를 부르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으론 '다른 걸 떠나 열심히 노력해 고시엔 우승을 거머쥔 선수들을 축하하고 싶다', '강한 팀이 이겼다. 야구 내용은 훌륭했다. 정치를 끌어들이지 마라', '우승팀도, 준우승팀도 축하한다' 등 야구에 초점을 맞춘 댓글들도 있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