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연장 10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넘고 지킨 1점차 리드. 승리를 확정지은 뒤 도열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한국어 교가를 열창했다. 106회째를 맞이한 전국고교야구선수권, 이른바 고시엔에서 한국계 학교가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0-0으로 돌입한 연장 10회초 승부치기에서 2득점한 교토국제고는 이어진 수비에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교가 제창 장면과 한국어 가사가 붙은 화면은 TV 중계를 통해 일본 전국으로 생중계 됐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교토국제고의 우승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대회 주최사인 아사히신문이 전한 기사엔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여름 고시엔을 향한 일본인들의 관심을 방증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만든 이른바 '민족학교'로 시작했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해 2003년 일본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으며 교토국제고로 교명을 바꿨고, 일반 학생들도 입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학생이 대부분이다. 특히 남학생의 대부분은 야구부원으로 스카웃된 일본 학생들이다. 하지만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는 그대로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처음 전국무대에 올랐고, 이해 여름에는 4강까지 진출했다. 올해는 기어코 우승까지 품에 안았다.
한국계 학교 우승에 대한 일본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축하'였다.
일본 네티즌들은 '양팀 모두 수고했다', '교토국제고 우승을 축하한다', '준우승을 거둔 관동제일고도 축하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호투한 교토국제고 선발 투수 나가자키와 관동제일고 하타나카의 투구를 분석한 댓글 역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일부 우익 네티즌들이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 '비난 받을 비난은 하지 말라'는 성숙한 댓글이 더 높은 공감을 받았다.
이번 대회부터 새롭게 도입된 연장 승부치기 제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일본 주니치스포츠는 '승부치기로 결정된 결승전에 대해 팬들은 우승팀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토로했다'며 '결승전 만큼은 양교의 열전을 보고 싶은 만큼, 승부치기는 시행하지 말자'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