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이리언' 시리즈 7편에 해당하는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사망한 배우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만들고 출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LA타임스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는 지난 1979년 작 '에이리언'에 출연했던 배우 이안 홈(Ian Holm)을 AI를 통해 되살렸다. AI로 살려낸 이안 이안 홈은 해당 영화에서 인조인간 캐릭터 '루크'도 등장한다.
영국 출신인 이안 홈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빌보'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원조 '에이리언'에서 인조인간 '애쉬'를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8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영화 제작진은 이안 홈의 얼굴과 목소리를 AI 기술로 재현해 새 캐릭터 루크를 탄생시켰다. 루크를 연기한 건 실존 배우 대니얼 베츠다. 이후 그의 얼굴 움직임과 목소리 연기를 캡처하고 생성형 AI와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이안 홈의 모습과 비슷하게 변형했다. 외신은 이런 루크의 등장이 일부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며 윤리적인 문제까지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 캐릭터의 출연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고 클로즈업을 반복해 인공적인 이미지를 지나치게 부각한 것이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매체 더 바이트도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AI 기술을 사용한 최초가 아니고, 죽은 배우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디지털 효과를 사용한 첫 번째도 아니다. 그러나 두 방식이 함께 시도된 탓에 창작 산업에서 AI 역할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분석했다.
팬들 역시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루크라는 캐릭터가 꼭 이안 홈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고인인 배우에게 무례한 일" "디지털 강령술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루크 캐릭터를 만든 동기를 "에이리언 시리즈 역사에서 이안 홈의 위치를 기리고자 하는 진정한 열망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에 걸쳐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인조인간 캐릭터를 살펴보고 신작에서 재등장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며 "그간 재등장하지 않은 배우 중 유일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안 홈이었다"고 했다.
이어 유족인 이안 홈의 부인에게 사전에 이 같은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고 전했다.
페데 알바레즈는 "이안 홈의 부인이 '남편은 생전 호빗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할리우드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며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