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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동료들에게는 최고의 신사" 그런데 왜 앤더슨은 싸움닭이 될까[SC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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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SSG 랜더스 투수 드류 앤더슨은 젠틀한 선수다.

시즌 도중 팀에 합류했지만, 팀워크에 대한 끈끈함을 가지고 있다. 훈련 태도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한국인 팀 동료들과도 원활하게 잘 지낸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 어린 야수들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밥을 사주고, 대화를 나눈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전보다 더욱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렇게 먼저 국내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실력을 떠나 이런 야구 외적인 면에서 코칭스태프도 앤더슨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싸움닭'으로 변한다. 지난 7월초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카일 하트와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양팀 선수단의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앤더슨과 하트는 서로 감정이 상한 이유가 있었다. 앤더슨이 NC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후 영어로 짧게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외부에도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벤치에 서서 경기를 보던 하트도 흥분해서 앤더슨에게 큰 소리를 냈고, 이후 양팀 선수단의 감정 싸움이 격해지면서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앤더슨은 평소 투구 중 상대 타자, 주자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종종 연출했다.

지난 2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또 한번의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5회말 LG 공격. 2-2 동점 상황에서 앤더슨은 5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루 위기.

다음 타자로 나선 LG 9번타자 송찬의는 2B에서 3구째 희생번트를 댔다. 번트 타구를 투수 앤더슨이 잡았다. 라인선상에서 앞으로 가며 공을 잡은 앤더슨은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어가던 송찬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1루주자 박해민은 2루로 뛰어가고 있었다.

앤더슨과 맞닥뜨린 송찬의는 순간 주춤하며 태그를 피하려고 뒤로 잠시 물러났고, 앤더슨은 성큼 앞으로 가며 송찬의를 강하게 터치했다. 그리고 곧바로 후속 플레이를 위해 2루 상황을 살폈다.

문제가 된 이유는 앤더슨의 태그가 다소 거칠었기 때문. 앤더슨은 뒤로 물러서는 송찬의의 가슴 부위를 세게 터치했다. 송찬의도 살짝 기분이 나쁜듯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잠시 스쳐갔다. 다행히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고,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앤더슨은 5이닝 2실점으로 투구를 마쳤고, LG가 4대3으로 승리했다.

20일 LG전 태그 상황만 놓고 보면 앤더슨이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급박했고, 발 빠른 주자 박해민의 추가 진루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타자주자를 최대한 빨리 아웃시켜야 했다. 그런 와중에 송찬의가 뒤로 물러나니 조급한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앤더슨이 마운드에서만 서면 상대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던 탓에, 이번 거친 태그 논란도 조금 더 크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실제 태그가 필요 이상으로 거칠기도 했다.

앤더슨은 팀 동료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우리팀'에 대한 소속감이 큰 선수로 알려져있다.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유독 승부사 기질이 거친 형태로 표현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치열한 승부를 펼치다 보면 상대팀 선수들과 사소한 신경전이 큰 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많다. 팀을 위해, 동료들을 위해 승부욕은 필요하지만, 상대와 감정 싸움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