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많이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제 2구장인 포항야구장.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KBO리그 400번째 아치를 그리는 등 한국야구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난해 포항야구장은 아쉬움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그라운드 상태가 비로 인해서 더욱 엉망이 됐다. 정비를 한다고 했지만, 경기를 치르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당시 경기를 치렀던 강민호(삼성)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제대로 관리해주셨으면 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야구장에서는 안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진흙탕 같아서 발이 움푹 들어간다"며 "포항에 오는 건 좋다. 다만, 환경이 아쉽다. 부상 위험도 크고 경기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강민호는 포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포항 출신'. 남다른 애정을 담은 쓴소리였다.
포항시는 이후 포항구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선수들의 불만이 나온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그라운드를 정비했다.
20일 포항구장은 일단 경기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포항 원정을 앞두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포항 인조잔디가 오래됐다. 평평해야 하는데 오래되다보니 울퉁불퉁하다. 또 베이스나 마운드 부분에서도 선수들이 어려워한다. 선수들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라고 걱정했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그라운드 상태가 작년보다 좋은 거 같다. 원래 베이스 쪽에 흙이 좀 물컹하고 좀 파였는데 체크해보니 많이 좋아졌다. 포항에서 관리를 잘할 거 같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총대를 멨던 강민호 또한 "그라운드는 많이 좋아졌다. 준비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태인도 "확실히 마운드는 잘해준 거 같다. 잘 보수해주신 덕분에 불편함없이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무더위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오전에 비가 한 차례 오면서 비교적 열기가 식었다. 박 감독과 이승엽 두산 감독은 "생각보다는 덥지 않더라"라고 입을 모았다.
아쉬움은 남지만 개선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긴 했다. 포항구장의 인조잔디. 잔디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라운드 자체가 다소 굴곡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감독은 "잔디는 작년과는 같다. 인조잔디는 한 번 깔면 끝이다. 인조잔디 밑을 얼마나 다지고 위에 잔디를 까느냐가 중요한데 포항구장의 잔디는 눈으로 봐도 평평하지 않다"고 했다. 잔디 모두 갈아엎어야 하는 공사. 금액과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프로경기를 치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 여기에 지난해 목소리를 냈던 강민호는 한 가지 추가로 부탁 메시지를 전했다. 바로 라커룸 시설. 강민호는 "정말 감사한 부분이 많지만, 라커룸의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홈팀의 경우 일찍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열악한 건 사실"이라며 "그라운드를 개선해주셔서 경기를 문제없이 한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여기에 라커룸 부분이 조금 더 좋아지면 선수들이 더 기분 좋게 포항에 오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단순한 불만 토로가 아니었다. 이날 포항야구장에는 평일임에도 1만 여 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는 "포항이 제2구장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많은 팬들이 찾아와 주셨다"고 감탄할 정도. 포항의 야구 사랑을 삼성 또한 알고 있다. 강민호의 제안은 포항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싶은 마음이 담긴 한 마디였다. 강민호는 "이런 부분까지 개선된다면 제 2구장인 만큼 3경기 뿐 아니라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포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