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경기가 진행될수록 사라졌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개막전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각) 영국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토트넘은 전반 29분 페드로 포로의 헤더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12분 레스터시티의 레전드 공격수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다.
EPL 입성 후 10번째 시즌의 첫번째 경기, 손흥민은 이날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이미 예고된 포지션이었다. 토트넘은 올 여름 지난 시즌 19골을 기록한 도미닉 솔란케를 구단 역사상 최고액(6500만파운드·약 1133억원)에 영입했다. 해리 케인이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후 마침내 영입된 최전방 자원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히샬리송의 부상, 부진 등이 겹치며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활용한 '손톱' 전술을 구사했다. 손흥민은 17골을 넣으며 딱 부러지는 활약을 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힘이 부친 모습이었다.
경기 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히샬리송의 부상이 잦았기 때문에 손흥민을 가운데에 기용해야 했다"며 "손흥민이 한 시즌 내내 중앙에서 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손흥민이 왼쪽에 있을 때 우리는 훨씬 더 나은 팀이 된다. 우리가 개선하고자 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익숙한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 어느때보다 기대가 컸다. 손흥민은 프리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모처럼 국제대회 없이 온전히 프리시즌을 준비했고, 골도 3골이나 넣었다. 특히 손흥민은 레스터시티에 강했다. 손흥민은 EPL 무대서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무려 9골-4도움, 1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사우스햄턴(10골-5도움)에 이어 손흥민이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팀이다. 최근 3경기서 무려 5골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회심의 왼발 크로스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은게 아쉬웠다. 솔란케의 헤더는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선제골이 손흥민을 기점으로 출발했다는 점이 이날 가장 빛난 부분이었다. 손흥민은 91분을 소화하며, 63번의 터치를 했다. 4개의 드리블, 2개의 키패스와 1개의 크로스 등을 성공시켰지만, 슈팅은 단 1개 뿐이었다. 유효 슈팅은 없었다.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고, 역할 자체도 공격적이지 않았다. 과감한 돌파나 슈팅 시도 보다는 연계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레스터시티전 손흥민의 평가는 엇갈렸다.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5점을 주는데 그쳤다. 최하점을 받은 브레넌 존슨(4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풋볼런던은 '초반 솔란케에게 크로스를 보내는 등 밝은 순간이 있었지만, 주장으로서 충분하지는 않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90min은 평점 6점을 주며 '어설픈 터치로 몇몇 황금 찬스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기계식 평가를 하는 곳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평점 7.2점을 줬다. 선제골 주인공인 포로(7.7점), 솔란케(7.4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풋몹에서도 비슷한 7.3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포로가 8.2점으로 가장 높았고 매디슨이 7.9점,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7.8점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60분까지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정하는 상황에서 실수가 나왔다"며 "아직 부족하기에 이기고 있던 경기를 비겼다. 강팀들은 이런 경기를 놓치지 않는다. 더 발전해야 한다. 이날 보여준 좋은 장면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후반 26분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충돌한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피를 흘렸다. 응급처치 끝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벤탄쿠르는 비시즌 동안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같은 악연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캡틴 답게 마지막까지 벤탄쿠르 옆을 지켰다. 벤탄쿠르는 이후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