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레스터시티 전설' 제이미 바디(37)가 토트넘을 두 번 죽였다.
2016년 레스터의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깜짝우승 영웅인 바디는 지난시즌 레스터의 승격을 이끌며 37세 나이에 다시 익숙한 EPL 무대로 돌아왔다. 바디의 복귀전 상대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 양팀은 20일(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2024~2025시즌 EPL 1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의 반대편에서 선 바디는 전반 29분 페드로 포로의 선제골로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12분, 압둘 파타우의 어시스트를 동점골로 연결, 1대1 무승부를 이끌었다. 우측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했다. 토트넘 골키퍼 길레르모 비카리오가 몸을 날렸지만, 공을 쳐내지 못했다.
바디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는 골이었다. 그는 EPL 개막전에서 개인통산 8호골, 토트넘 상대로 역대 8골을 넣으며 개막전과 토트넘에 유독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EPL 통산 기록은 308경기 137골(역대 15위). 공동 22위인 손흥민(120골) 보다 17골 많다. 30대에 접어들어서도 누구보다 많은 103골을 넣었다.
평소 거침없는 행동과 발언으로 유명한 선수답게 평범하게 벤치로 물러나지 않았다. 후반 34분 스테피 마비디디와 교체돼 나가면서 토트넘 원정팬에 '팩폭'을 날렸다. 검지로 유니폼 팔 부위에 박힌 EPL 패치를 먼저 찍고는 손가락으로 '1'을 만들었다. 그런다음 관중석(토트넘 원정석) 쪽을 손가락으로 찍은 뒤, 손가락으로 '0'을 만들었다.
"우리(레스터)가 EPL 1번 우승할 때, 너흰 0번(무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제스쳐다. EPL 우승이 없는 토트넘을 향한 '잔인한 팩폭'이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잉글랜드 최상위리그를 제패한 건 63년 전인 1961년이다.
바디는 벤치로 걸어가면서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토트넘 선수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F'로 시작하는 욕을 내뱉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새 시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나갔던 토트넘은 개막전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통 나는 두 번째 시즌에 우승을 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었다. 점유율 70.7%, 슈팅수 15대7, 코너킥 13대2, 경기를 내내 주도하고도 90분 동안 수비수가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클럽 레코드'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의 영입으로 원 포지션인 왼쪽 공격수로 돌아온 손흥민도 아쉬움 가득한 개막전을 치렀다. 후반 추가시간 2분 히샬리송과 교체될 때까지 92분간 왕성하게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한 개의 무효슛, 4번의 드리블 성공, 87%의 패스 성공률, 2번의 키패스 등을 기록했을 뿐이다.
토트넘 입장에선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경기 도중 큰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경기로 남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