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겠지만"이라는 수상소감으로 전해진 진정상이 많은 이들을 울렸다. 배우 금해나(37)가 손에 쥔 '청룡' 트로피가 남다른 무게감을 갖는 이유다.
수상 후 2주 만에 만난 금해나는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그날을 회상하며 "시상식 전날 오히려 푹 잤는데 상을 받고는 그날 잠을 못 잤다. '믿을 수 있는 사실인가?' 이런 사실때문에. 올라가는 순간에도 기억이 나는 것은 조명들이었다. 제가 불리는 순간에 막상 계단을 밟으면서 몸은 떨리고 눈물만 났다. 올라가서 수상소감을 하고 내려올 때까지의 순간이 기억이 안 난다. 정말 강렬하게. 기억 중에 세로로 조명이 있던 것과 예전 디즈니+ 행사에서 류승룡 선배님을 뵀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 따뜻한 분이잖나. 당황스럽고 소감을 준비하지 못해서 말을 찾을 때마다 선배님이 너무 따뜻한 눈으로 '끄덕' 해주시고, 아빠처럼 웃어주셔서 그것만 보고 침착하게 힘을 얻으며 했던 것 같다. 선배님의 얼굴이 '끄덕 끄덕. 괜찮아. 계속 해' 같았다"고 했다.
사실 후보 선정부터 파격적이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소민혜로 분해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대중 매체에서 낯선 얼굴이었기 때문. 금해나는 "후보 선정은 너무 좋았다. 후보가 됐다는 전화를 받고 거짓말 같았고 '트루먼 쇼' 같았다. 시상식에 갈 때에도 '수상은 아닐 것 같아'라고 생각했고, 시상식에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고백했다. 파격적인 후보 선정이었지만, 수상까지 이어진 것은 금해나 자신의 힘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킬러들의 쇼핑몰'을 보고 이 배우를 다시 찾아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평을 하기도. 이에 대해 금해나는 "사실 '킬러들의 쇼핑몰'이 나오고도 주변에서 보시고 많이 얘기를 해주셨지만, 엄청나게 실감이 나고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제가 대면하는 분들만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을 받고, 오히려 우리 작품도 관심을 많이 받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배우로 각인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고 심사평을 보면서 이렇게 제가 알지 못하는 관계자 분들도 저를 많이 봐주셨다는 것을 알고, 느끼게 됐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고, 저의 인생의 빅 이벤트였다"며 밝게 웃었다.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금해나가 언급한 "부모님보다 소중한 오빠"의 존재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신동엽은 남자 예능인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에서 이를 한 번 더 언급해 화제를 더 키워줬다. 금해나는 "신동엽 선배님이 저를 부르셔서 깜짝 놀랐다. '금해나 씨'라고 하시길래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싶었는데 오빠를 얘기해주시더라. 그래서 집에 가면서 그날 영상을 다시 보는데 '오해가 있게끔 했구나' 싶었다. 제 기억으로는 '부모님보다 더 부모님 같은 오빠'라고 한 줄 알았는데 '부모님보다 더 소중한'은 애매하잖나. 그런데 신동엽 선배님이 언급해주신 거다. 사후 리셉션에서 선배님이 저에게 오셔서 '아까 당황했어요? 너무 미안해요'하셨는데,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불러주셔서'라고 했다. 오빠가 제가 연기를 하는데 많은 지원을 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오빠가 제가 연기를 하는데 지원을 많이 해줬는데, '우리집에 하고 싶은 것 하는 사람 한 명은 있어야지. 연기로 갚아'라고 하며 못 그만두게 해줘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수상소감도 깊은 기억에 남을 정도. 실제로 충청북도와 경기도 안성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금해나는 "저는 진짜로 산골 소녀 같은 아이"라고 했다. 장항준 감독도 "시골에서 온 산골 소녀. 나는 산골에 사는 애들이 성공하는 걸 보는 게 뿌듯하단다"라고 말해줬었다고. 금해나는 "실제로 저는 어릴 때 아빠랑 버섯을 따러 나가거나 동네 애들이랑 물가에서 장난을 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연탄집을 하실 정도로 정말 시골에서 자랐다. 항상 시골에서 다른 세상을 접하는 것은 TV였으니, '나중에 TV에 나오는 사람이 돼야지'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자라서 도시적 문화나 생활을 모르는 게 많았는데, 이렇게 허당 같았던 제가 '킬러들의 쇼핑몰' 오디션에 합격하고, 그 이후에 처음 겪는 일들도 많았다. 제작발표회도 처음 해보고, 인터뷰도 처음 해보니까 '와 나 출세했다' 싶었다. '개천에서 용났'고"라며 웃었다.'킬러들의 쇼핑몰'은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 틀림없다. 2011년 영화 '도약선생'으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독립영화에서 활약했고, JTBC '런온'을 시작으로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스스로 꿰차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닦아왔다. 금해나는 "말도 안되는 일, 기적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난 느낌이다. 상을 받고 옆에 있던 (김)혜준 씨는 워낙 친하게 지내서 많이 축하해줬다. '언니가 고생한 걸 나만 안 것이 아니라, 다 알게 돼서 좋다'고 해줬는데 감동이었다. (서)현우 오빠는 저에게 '너는 이 작품이 나오면 아이콘이 될 것 같아'라고 했었다. 저는 '무슨 아이콘이야!'하면서 장난을 쳤었는데, 그 말들이 힘이 됐었다. '너무 잘한다'고 응원도 해줬다. 그래서 '킬러들의 쇼핑몰' 이후로 감정이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앞으로도 자신의 정도를 지켜가며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금해나는 "마음이 달라질까봐 마인드 컨트롤을 열심히 했다. 상을 받고 신이 나면 사람이 다친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텐션이 올라가는 편은 아니라서 신나다가 실수를 하거나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상은 매년 바뀌는 것이니 기분 좋게 받아들이되 부담스럽기도 했다. 큰 작품을 하나 했는데 상을 받아서 '다음 작품은 어쩌지'하는 마음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있다. 또 말하는 것만큼 기본적으로 압박감이 오지는 않아서 깊게 걱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일을 많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좋은 역할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도 커졌다. 예전에는 기대하면 실망을 하니, 기대도 말고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기대를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