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잠실벌을 떠나가게 만든 함성, 나스타도 포효했다.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이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나성범은 16일 잠실 LG전에서 역전 투런포로 팀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한방이 절실한 타이밍이었다.
0-2로 뒤지던 9회초. 볼넷 출루한 최원준의 도루 성공에 이어 김도영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실낱같은 추격 불씨를 살렸다. 소크라테스가 땅볼로 물러난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LG 마무리 유영찬이 뿌린 낮은 공에 배트를 돌렸다. 다소 우측으로 치우치는 듯 했던 타구는 폴대 안쪽으로 들어오는 홈런이 됐다. 3루측 KIA 응원석에서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려 퍼진 가운데, 베이스를 돌던 나성범도 조재영 3루 주루 코치와 세리머니를 하면서 모처럼 포효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엔 선수단 모두와 '두루치기 세리머니'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전조는 있었다.
나성범은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우측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첫 3타석에서 삼진 2개를 당했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터뜨린 데 이어 아치를 그리며 오랜만에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이튿날인 LG전에선 결정적인 한방으로 중심 타자 역할을 했다.
올 시즌 나성범의 활약상에 '완벽'이란 수식어를 붙이긴 어렵다.
16일까지 나성범은 82경기 타율 2할7푼9리(312타수 87안타) 16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5다. 홈런과 타점, OPS 면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활약처럼 보이지만, '중심 타자' 타이틀을 짊어진 만큼 결코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시즌 개막 직전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4월 말에 복귀했으나 타격 밸런스와 페이스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올 시즌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역시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지만 걱정이 많다. 맏형 최형우의 부상과 나성범의 부진 속에 중심 타선의 힘이 약화됐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향후 선두 굳히기를 넘어 가을야구에서 대망의 V12를 일구기 위해선 최형우의 복귀와 나성범의 반등은 필수요소로 꼽혔다. 충분한 휴식과 페이스 조절 기간을 가질 수 있는 최형우와 달리, 나성범은 실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말미를 향하는 시점에서 이틀 연속 터진 결정적 홈런포는 그래서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KIA의 대권 도전 마지막 퍼즐도 드디어 맞춰져 가는 모양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