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9시 뉴스에 평생 나오고 싶냐고 얘기하니까, 공이 달라지더라고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지난 주중 KIA 타이거즈 원정 3연전을 다녀와서 던진 우스갯소리다. 요지는 KIA 김도영의 최연소 30홈런-30도루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투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던졌다는 것이다.
김도영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도루는 32개로 30개를 넘겼다. 홈런이 29개. 홈런 1개만 더 치면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역대 9번째 기록이자 7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전 8차례 기록 중 박재홍만 유일하게 3차례 달성했기 때문이다.
절대 쉬운 게 아니다. 하늘은 공평하다.
반대 능력을 좀처럼 다 주지 않는다. 보통 파워가 있는 자는 발이 느리다. 발이 빠르려면 체중이 상대적으로 덜 나가야 하니 거포에 비해 힘이 부족한 게 일반적이다.
30-30 가입자들은 예외다.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한다. 하늘의 법칙을 깨부순 별종들이다.
김도영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건 30-30에 가입할 경우 이종범, 박재홍, 이병규 등 역대 최고 선수들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김도영과 KIA에는 경사지만 홈런을 맞는 투수에게는 악몽이다. 이강철 감독의 말대로, 굴욕의 순간이 평생 박제된다. 투수도 사람이고, 프로면 승부욕이 넘치기에 김도영에게 결정적 홈런을 맞기 싫은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그동안 흠잡을 데 없이 잘해오던 김도영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명 '아홉수'. 기록을 눈앞에 두고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슬럼프가 올 수 있다.
김도영은 지난 3일 한화 이글스전 29호 홈런을 쳤다. 이어지는 KT,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6연전. 여기서 무조건 1개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홈팬들 앞에서 축제가 열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5경기(비로 삼성전 1경기 취소) 홈런은 없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투수들이 전력을 다해 던지거나, 어렵게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6일 KT전 3볼넷 경기 포함, 5경기에서 볼넷 7개를 골라냈다.
차일피일 미뤄질 수록 김도영의 마음도 조금씩 급해질 수밖에 없다. 빨리 기록을 달성하고 싶은데, 홈런이 나오지 않으니 힘이 들어간다. 홈 6연전 중 꼭 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자 마지막 11일 삼성전은 안타 없이 삼진만 3개를 당하고 말았다.
'아홉수'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마음이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투수들은 어렵게 승부하는데, 안 좋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하면 꼬인다.
올시즌 KIA는 김도영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도영이 살면 승리 확률이 높아지고, 팀 분위기도 달아오른다. 때문에 이범호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김도영이 30홈런을 채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제 고척-잠실로 이어지는 서울 원정 6연전이다. 두 구장 모두 홈런 치기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고척돔에서 6경기 4홈런으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고척돔에서 홈런을 치지 못해 8경기 연속 아홉수에 걸려버리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질 수 있다.
주말은 선두 싸움을 벌이는 LG와의 '잠실대첩'.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데 홈런 기록까지 더해지면 머릿속에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올해 잠실 12경기 1홈런에 그치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