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메이커의 텃밭으로 불려왔다. 1970년대부터 일본 자동차 업체는 동남아국가에 진출해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전략차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동남아 전기차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지난해부터 앞다퉈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그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남아 전기차 시장만큼은 추격자가 아니라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우선 현대차는태국에 10억 바트(한화 약 389억 원)를 투자해태국 내 전기차 조립 및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지난 7일태국 투자청(이하 BOI)은 현대차 자회사의 10억 바트 투자를 승인했다. 나릿 테드스테라석디BOI 사무국장은 “태국의 강력한 기존 공급망을 통해 현대차는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1/3 이상을 태국에서 조달할 수 있어 현지 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현대차는 전략적 사업 파트너 톤부리 자동차 조립 공장과 협력한다. 톤부리 위탁 제조 방식으로 2026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태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주도해왔다
태국은 전기차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달성하기위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 투자 기업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50%를 기록했다. 경제 약화로 전기차 수요가 다소 둔화했음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류였던 과거에는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제조사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중국 전기차 업체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BYD는 태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태국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는 중국 BYD다. BYD가 태국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 건 불과 2년 전인 2022년이다. 이후 BYD는 2023년 한 해 동안 태국에서 약 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1분기 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6%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BYD는 이미 태국에서 내연기관 업체를 포함해3위에 버금가는 자동차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BYD는 올해도 가속도을 냈다. 3월태국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4억 9000만 달러를 투입해 태국에 첫 번째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다. 해당 공장은 지난달 4일 완공해 연간 1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BYD는 태국 전기차 시장에 소형 SUV 아토 3와 해치백 돌핀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태국 시장에 저가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함으로써 BYD 저가형 전기차에 맞대응한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의 늦은 전기차 전환에 따라, 향후 태국 등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와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