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인터뷰] '서울의 봄' 황정민과 자연스레 비교"…'행복의 나라' 유재명, '야욕' 전두환이 되다(종합)

by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파격에 파격을 더한 배우 유재명(51)이 제3의 전성기를 열었다.

정치 휴먼 영화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제작)에서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를 연기한 유재명. 그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행복의 나라'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행복의 나라'는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 비서관과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79년 발생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주도한 김재규 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연루된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를 비롯한 재판 변호인단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에 이어 다시 한번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정치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행복의 나라'는 악의 축 전상두로 섬뜩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재명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박태주(이선균)의 목숨을 쥐고 흔들 뿐만 아니라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그리고 그가 속한 변호인단까지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른 전상두 그 자체가 된 유재명. 실존 인물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파격 변신으로, '서울의 봄' 속 전두광(황정민)과 또 다른 지점의 열연으로 보는 이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날 유재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작품을 정중하게 거절 했다. 전상두라는 인물이 관계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인물의 이야기를 빌드업하거나 표현하기엔 분량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너무 강력한 이미지이지 않나? 전두환이라는 모티브가 너무 컸다. 그래서 부담이 됐던 지점이 있었다"며 "그런데 처음 제안을 받고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인물이 계속 떠올랐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때와 비슷했다. 그 당시도 장가에 대한 잔상이 떠올라서 출연을 하게 됐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의 나라' 시나리오를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설명할 수 없는 안개 속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남산의 부장들'(20, 우민호 감독) 속 서현우, '서울의 봄' 속 황정민의 연기와 불가피한 비교도 겸허히 받아들인 유재명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것이다. 비교보다는 '남산의 부장' '행복의 나라' '서울의 봄'까지 시대를 다룬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예민하고 정치적인 영화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며 "각각 작품마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관객도 이 영화만의 좋은 장점이나 매력에 포커스를 맞춰주길 바란다. 내가 '킹메이커'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연기했는데 그때도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겪은 선입견이 있다. 이번 역시 전두환을 연기하면서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우리 영화만의 맥락에서 전상두를 연기하는 게 내겐 더 중요했다"고 답했다.

그는 "황정민은 뜨겁고 열정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면 내가 표현한 전두환은 밀실에서 술수와 편법으로 상대를 가지고 노는 듯한 뉘앙스로 야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행복의 나라'를 촬영 할 때는 '서울의 봄'에 대해 몰랐다. 어쩌면 몰랐기 때문에 더 '행복의 나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격적인 비주얼 또한 "분장팀, 추창민 감독과 전상두에 대한 콘셉트를 정리했다. 내가 전두환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다들 너무 닮았다고 하더라. 연극을 하다 보니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스트 삼아 머리를 밀어 봤는데 그게 몇 번의 테스트를 통해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어차피 머리를 밀어도 평소엔 모자를 쓰고 다니면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은 없었다. 이를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에 대해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특히 유재명은 지난달 31일부터 공개된 디즈니+와 U+모바일tv 시리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 촬영 당시 이선균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선균의 마약 혐의로 입건되면서 출연이 취소, 이선균 대신 조진웅이 나서면서 유재명은 조진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유재명은 "아무래도 '노 웨이 아웃'에서 하차한 이선균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는 배우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이제는 이선균의 유작 이야기보다 배우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 이선균의 연기 자체, 그의 연기 결을 소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마음은 다시 반복되는 순간 또 다른 아쉬움이 생긴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을 찾아볼 수 있는 의미가 되길 바란다. 그게 가장 솔직한 마음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불어 '행복의 나라'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이선균에 대해 "굉장히 여유가 있었다. 동네 사람처럼 너무나 편하고 즐겁게 촬영을 하다가 촬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형, 동생이 되어 '행복의 나라'를 보냈다"며 "이선균은 '행복의 나라'에서 굉장히 힘든 연기를 했다. 전상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캐릭터다. 눈빛과 뉘앙스 몇 가지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 딜레마에 빠진 인간, 자신의 목숨, 조국, 신념 중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다.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캐릭터의 연기는 같은 연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태주의 눈빛을 보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느꼈다"고 곱씹었다.

'행복의 나라'는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