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때 KBO리그 다승왕이었던 최고 좌완 투수의 1이닝 10실점은 충격적이었다. 오랜만의 실전임을 감안해도 참담함까지 들었다. 그래도 희망은 봤는데, 이번 결정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NC 다이노스 에릭 요키시가 KBO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요키시는 지난 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이적 이후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해 시즌 도중 부상으로 인해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 이후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어왔다. NC 이적 이후 퓨처스리그 등 실전 감각 체크를 할 시간도 부족했다. 선발 로테이션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 대체 선발 돌려막기도 한계에 도달한 팀 사정상 요키시에게 넉넉한 시간을 줄 수가 없었다. 곧바로 1군 실전 경기에 투입됐다.
NC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선 요키시가 1회말 LG 선두타자 홍창기를 투심 2개와 커브 1개로 3구 삼진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LG 타자들은 무자비하게 요키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신민재에게 볼넷을 내주자마자 오스틴 딘의 투런 홈런. 그리고 2루타-안타-안타-안타-안타로 정신 없이 얻어 맞기 시작했다. 9번타자 구본혁을 삼진 처리하며 어렵게 두번째 아웃을 잡았고, 다시 폭투와 볼넷, 만루 싹쓸이 3루타, 그리고 오스틴에게 또 홈런. 요키시는 1회에 무려 13명의 타자를 상대했고, 10실점을 허용했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NC 벤치는 1회부터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요키시에게 더 맡겼다. 일단 승리를 못하더라도 요키시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셈이다. 또 1회부터 불펜을 가동하기에는 이미 누적된 피로도가 큰 점도 감안해야 했다. 그리고 요키시는 2회를 3타자로 끝낸 후 3회도 2사 1루에서 무실점. 4회 2아웃까지 잘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최종 기록 3⅔이닝 8안타(2홈런) 2탈삼진 4볼넷 10실점 패전 투수.
오랜만의 실전 등판인 것을 감안하면 충격의 1회를 제외한다면 그리 나쁜 투구는 아니었다.
강인권 감독도 이튿날 취재진 브리핑에서 요키시의 투구에 대해 낙관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아직 분위기 적응을 하기 전인 1회에 정신 없이 연타를 맞으며 당황한 측면도 있어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 대부분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에 형성됐다. 요키시는 원래 150km이 넘는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평균 구속이 140km 중반이지만 타자와의 수싸움 그리고 제구력을 앞세워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유형이었다. 키움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에도 구속은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도 감안해야 한다.
실전 감각을 회복하더라도 요키시가 드라마틱하게 구속이 늘어나거나 구위가 월등하게 좋아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노련미와 경험이 풍부한 만큼 어설픈 신입 외국인 투수들보다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도에서는 앞선다.
보통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를 교체할 때는 두가지 케이스다.
첫번째는 기존 선수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마침 시장에서 눈여겨보던 상위 클래스 선수가 시장에 나왔을 때.
두번째는 아직 확정한 선수는 없지만 기존 선수의 퍼포먼스가 불만족스럽고, 앞으로 나아질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때.
이번 NC의 외국인 투수 교체는 후자에 더 가깝다. 현재 미국에서 빅리그급 선발 요원을 데리고 오기는 쉽지 않다. 타 구단들도 불펜 투수들은 괜찮은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한국에 온 이후에 빌드업 과정이 필요하고 S급 선발 요원들은 풀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NC 역시 카일 하트에 견줄만 한 에이스급 투수를 찾고 싶었지만, 일단은 다니엘 카스타노를 내보낸 후에 대체 자원을 찾는 선택을 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어떻게든 당장 로테이션 구멍을 채워줄 수 있는 '경력자' 요키시가 최선의 카드였다.
하트까지 최근 심한 몸살로 등판을 거르면서, NC는 너무나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요키시의 데뷔전은 충격적이었지만, 반대로 감각을 되찾은 후에 대한 희망도 남긴채 마무리 됐다. 이미 카스타노를 방출했고 교체를 선택한만큼 LG전에서 2회 이후에 보여준 모습이 현재 요키시의 진짜 모습이라는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